(고성=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굳게 닫힌 4대강 보 수문이 열리는 날 발전소 굴뚝은 닫혔다.
1일 70만 평 규모의 경남 고성군 삼천포화력발전소는 바다에서 건너온 해무에 둘러싸여 있었다.
삼천포발전소는 건설된 지 33년이 넘은 1, 2호기를 이날부터 한 달간 '일시 가동중단'(셧다운)한다.
이는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30년 이상 된 전국의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을 중단하기로 한 새 정부 조치에 따른 것이다.
4대강 보 수문 개방과 더불어 정부의 노후 발전기 셧다운 조치는 기존 에너지정책 대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이날 셧다운에 들어간 삼천포발전소엔 적막함과 함께 묘한 긴장감이 돌았다. 발전소 입구 운전현황판에는 1, 2호기 발전량이 '0'으로 표시됐다.
발전소에서 직원들의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발전소 가동중단 조치에도 청원경찰과 특수경찰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초소를 굳게 지키고 있었다.
삼천포 화력부두 방파제에서는 짙은 해무 때문에 셧다운에 들어간 1, 2호기를 육안으로 식별할 수 없었다.
방파제 근처에는 10만t급 유연탄 수송선이 정박해 있었다.
발전소 1∼4호기는 열량이 높은 호주산 고도 역청탄을 쓴다. 호주에서 이 석탄을 실어나르기 위해 매달 호주와 한국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셧다운 조치로 이 선박 운행횟수도 줄어들 전망이다.
선박 운행횟수는 줄지만 직원 근무 강도는 세졌다.
1, 2호기 가동중단으로 직원들의 업무 강도가 약해졌을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발전소 직원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가동하는 게 더 낫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에 가동이 중단된 1, 2호기 근무는 4조 2교대로 돌아간다. 한 조당 편성 인원은 11명 안팎이다.
이들은 평소 근무-근무대기-휴식-교육 순으로 돌아가며 발전기를 돌렸다.
그런데 이번 셧다운 조치로 일거리가 되레 늘었다.
발전소를 셧다운 한다고 운행을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니다. 전력수요가 급증할 시를 대비해 '급전대기' 상태로 항시 발전 준비를 해야 한다.
이 기간 1, 2호기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발전소 점검, 안전관리, 감독 등 업무를 떠맡는다.
전시대응태세로 비유하면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있는 '데프콘 3단계'에서 충돌이 임박한 2단계로 격상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발전소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따른 조치라 내부적으로 별다른 반응은 없으나 1, 2호기 근무자들은 챙겨야 할 일이 늘어나 더 피곤해졌다는 분위기다"라고 귀띔했다.
반면 발전소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는 환영의 목소리가 높다.
한 인근 주민은 "셧다운 조치로 1, 2호기에서 날리는 분진이 줄면서 미세먼지 배출도 많이 줄지 않겠느냐"며 "당장 체감할 정도는 아니라고 하지만 심리적으로 안정되는 효과는 확실히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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