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운 서해5도] ① 어민이 직접 중국어선 나포 '그 후 1년'

입력 2017-06-04 07:00  

[힘겨운 서해5도] ① 어민이 직접 중국어선 나포 '그 후 1년'

연평도 해상 중국어선 자취 감춰…어획량 작년보다 증가

[※ 편집자 주 = 백령도, 소·대연평도, 소·대청도 등 5개 섬을 일컬어 서해5도라고 부릅니다. 이 명칭 앞에는 항상 '최북단'이라는 수식어가 붙습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맞닿은 군사적 요충지이기 때문입니다. 서해5도는 남북한 간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주목을 받습니다. 2010년 북한의 포격을 받은 곳도 연평도였습니다. 이곳 주민들은 그런 때만 언론과 국민이 관심을 둬 준다며 안타까워합니다. 이들은 어장을 황폐화하는 중국어선에 생계를 위협받기도 합니다. 비싼 뱃삯 탓에 관광객이 찾지 않는 최북단 섬에서 식수가 부족해도 꿋꿋하게 살아갑니다. 연평도 어민들이 직접 불법조업 중국어선을 나포한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을 맞아 서해5도를 지키는 섬 주민들의 힘겨운 이야기를 3편에 걸쳐 송고합니다.]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지난해 6월 5일 오전 4시 53분.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연평도 선착장에서 우리 어선 19척이 일제히 출항했다. 모두 봄어기 꽃게잡이에 나선 어선이었다.

연평도 남쪽 해상에 정박해 조업을 시작하려던 찰나, 섬 북쪽 1㎞ 해상에 중국어선 100여 척이 새까맣게 무리 지은 모습이 보였다. NLL 북쪽에서 내려와 불법조업을 하는 중국어선들이었다.

갑자기 우리 어선 19척 중 5척이 조업이 금지된 연평도 북쪽으로 배를 몰았다. 출항한 지 30분도 안 된 시각이었다.

우리 어선들은 서해 NLL 남방 0.5㎞ 해상에 정박해 있던 중국어선 2척에 접근해 로프를 연결한 뒤 직접 나포해 연평도로 끌고 왔다.

15∼22t짜리 중국어선 2척에는 중국인 선원 11명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새벽 시간대 잠시 조업을 멈추고 눈을 붙이다가 한국 해경이 아닌 연평도 어민들에게 붙잡히는 신세가 됐다.

해경은 어민들로부터 인계받은 중국어선 선장 2명을 영해 및 접속수역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나머지 중국인 선원 9명은 강제 퇴거 조치했다.

이들은 우리 어민에게 나포되기까지 총 16차례 서해 NLL 남쪽 우리 영해를 침범한 혐의를 받았다.

나포 당일 불법조업을 하면서 우리 해역에서 잡은 어획물은 꽃게 10kg과 소라 30kg이었다.

연평도 어민이 중국어선을 직접 나포한 건 2005년 5월 이후 11년 만이었다. 당시에도 연평도 어선 30여 척이 연평도 북서쪽 0.6㎞ 지점에서 중국어선 4척을 에워싸 예인했다.

어민이 중국어선을 직접 나포한 사건을 계기로 해경이 단속을 강화하자 중국어선의 저항도 거세졌다.

2016년 10월 7일에는 중국어선이 인천해경 소속 고속단정을 들이받아 침몰시키고 달아나는 사상 초유의 사건도 발생했다.

해경은 불법조업 중국어선을 향해 공용화기를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실제로 같은 해 11월 1일 폭력으로 저항하는 중국어선을 향해 처음으로 M60 기관총 700발을 쏟아부었다.







해경은 서해 NLL 해상에서 불법조업 중국어선 단속을 전담하는 서해5도 특별경비단도 올해 4월 창단했다. 총경을 단장으로 경찰관 444명과 함정 12척(대형 3척·중형 6척·방탄정 3척)이 투입됐다.

서해 특경단 창단 이후 연평어장의 봄어기 꽃게 조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중국어선은 눈에 띄게 줄었다.

올해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연평도 인근 해상에 하루 150척 안팎의 중국어선이 머물렀지만, 서해 특경단 출범 후인 4월 중순부터는 중국어선이 거의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다.

4월 말 중국어선 2∼11척이 잠깐씩 머무르더니 지난달 15일부터 연평도 인근에는 한 척도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해 매일 200척 이상이 연평도 주변에 떼를 지어 몰려 있던 것과는 확연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올해 백령도와 대청도 인근 해상에도 불법조업을 하는 중국어선은 30척 안팎에 불과하다.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이 감소하자 한창 수준은 아니지만, 지난해보다 우리 어민들의 어획량은 늘었다.

올해 봄어기 4∼5월의 연평도 꽃게 어획량은 9만7천325kg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만7천952kg보다 배나 증가했다.

연평도 어민들도 그동안 이런 적이 없었다며 중국어선이 줄어든 것을 실감한다고 입을 모았다.

꽃게잡이 어민 송모(65.여)씨는 "중국어선이 매년 바다를 시커멓게 뒤덮을 정도로 많았는데 요즘은 나타나 봐야 3∼4척뿐"이라고 말했다.

정규윤 소연평도 어촌계장도 "요즘은 연평어장 쪽에 중국어선이 아예 없는 수준"이라며 "어획량이 많은 가을어기에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지 알 수 없어 어민들은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고 했다.

해경 관계자는 "우리 어민들이 중국어선을 직접 나포하는 것은 불상사가 일어날 수도 있어 위험하다"며 "어민의 생존권과 어족자원을 보호하면서도 그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불법 외국어선 단속을 계속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s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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