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수 끌어 올리려 관정 개발…"깊이 들어가도 헛일" 울상 짓기도
(예산·세종=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100m 가까이 땅을 파도 헛일이네…. 모내기를 해야 하는데 물이 없어 큰일 났슈."
지난 1일 오후 물이 말라 갈라진 충남 예산군 한 마을 7천㎡ 규모 논을 바라보며 60대의 농사꾼은 한숨만 쉬었다.
옆에선 관정 개발이 한창이었다.
마른 땅 아래 박힌 채 하늘로 곧게 솟은 시추 시설은 지하수 대신 땅 파는 소리만 내뿜었다.
함께 작업을 지켜보던 이장은 "어제도 다른 곳에서 내내 시도하다 실패해 자리를 옮긴 것"이라며 "자칫 모내기 시기를 놓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극심한 가뭄으로 몸살을 앓는 충남 지역 농가가 관정 개발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둥글게 판 우물'이라는 뜻의 관정은 지하수를 이용하기 위한 수리시설의 하나다.
하루 양수량에 따라 크게 대형과 소형으로 나뉜다. 대형은 150t 이상, 소형은 30∼50t이다.
몇 년 전부터는 대형과 중형 사이 규모의 중형 관정 개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농가에선 모내기 철을 맞아 당장 끌어올 물을 찾기 힘든 상황에서 관정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물 부족 우려 지역을 중심으로 관정 개발을 서두르라고 지시할 만큼 현실적인 대안 중 하나라는 게 지방자치단체의 판단이다.
최근 1개월 강수량이 27㎜로 전년 대비 20%도 채 안 되는 청양군도 관정 80곳 개발을 위해 2억 8천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천안시, 부여군, 보령시, 서산시 등 충남 대부분 자치단체도 관정 개발 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과수원 농가와 노지 채소 피해가 우려되는 세종시도 발 벗고 나섰다.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3억6천만원을 들여 대형 관정 8곳을 개발한 데 이어 7억 5천만원을 추가로 투입해 피해가 심한 30곳에 중형 관정을 개발할 방침이다.
시는 아울러 기존 농업용 중·대형 관정 263개에 대해 1억4천만원대 유지관리 계약을 하고, 고장이 나는 즉시 수리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췄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2일 "농작물 가뭄대책 상황반 모니터링에 따라 과수와 시설채소 농가를 중심으로 관정 개발에 나서고 있다"며 "가뭄 장기화에 대비한 재난관리기금 투입 준비 등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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