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 등 쏟아지는 악재에 촉각…하락세로 단정은 일러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거품 논란을 낳고 있는 호주 부동산시장에 악재가 쏟아지면서 찬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연방 및 주 정부 차원의 규제가 잇따르는 데다 부동산시장의 재앙이 우려된다며 자산운용사가 펀드를 정리하는 이례적인 조치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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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도시 시드니를 포함하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는 1일 외국인 주택 구매자에 부과하는 특별부가세를 현행 4%에서 다음 달 1일부터 8%로 배로 인상했다. 2대 도시 멜버른이 포함된 빅토리아주도 약 1년 전 유사한 조처를 했다.
이번 조치는 외국 투자자들이 가격을 지나치게 올려놓아 호주인들을 시장에서 밀어낸다는 우려 속에 나온 것으로, 최근 겨울철을 앞두고 얼어붙을 조짐을 보이는 부동산시장을 더 냉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는 특히 중국 투자자들의 시장 참여 열기가 뜨거운 만큼 이들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최근 부동산시장을 둘러싼 부정적인 요소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시드니에 본부를 둔 알타이어 애셋매니지먼트(Altair Asset Management)는 수일 전 수억 호주달러 상당의 주식펀드를 정리해 고객들에게 투자금을 돌려주기로 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가치가 과도하게 부풀려져 있는 부동산시장의 재앙이 임박해 고객 이익을 먼저 고려한 조치라는 것이다.
자산운용 30년 경력의 필립 파커 회장은 "관리와 성과보수를 포기하는 것은 중대한 결정"이라며 "부동산 침체를 경험하지 못한 30대가 가격의 80%까지 돈을 빌려 3~4채의 아파트를 산다면 이건 거품"이라고 단언했다.
알타이어의 조치를 뒤따른 업체가 바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많은 자산운용업체가 조용하게 침체에 대비하는 것으로 호주 언론은 전했다.
거품을 주도하는 시드니와 멜버른의 지난달 주택 가격도 각각 1.3%와 1.7% 떨어졌다. 시드니의 경우 월간 집값 하락은 2015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 4월까지 1년간 두 지역 집값은 15% 이상 상승한 바 있다.
또 원금 상환을 미루고 이자만 내는 대출도 지난 1분기에는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약세를 보였다. 주요 은행들이 이 대출 금리를 큰 폭으로 올렸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이자만 내는 대출은 모두 1천685건으로 전 분기의 1천692건보다 소폭 감소했다. 또 이들 대출이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6.2%로 전 분기의 37.5%보다 줄었다.
다만, 대출 액수 자체로는 5억8천300만 호주달러로 전 분기의 5억7천500만 호주달러보다 소폭 증가했다.
금융당국이 지난 3월 신규 주택담보대출에서 이자만 내는 대출을 30% 이하로 줄일 방침이라고 한 것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정부도 대출 규제와 함께 이달 초 외국인 주택 구매자들이 연간 6개월 이상 집을 비워둘 경우 벌금을 부과하기로 하는 등 시장의 과열을 식히려는 조치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시장이 하락세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가 부동산시장을 굳게 받쳐주고 있는 투자자 감세 혜택인 네거티브 기어링(negative gearing) 제도를 고집하는 데다 이전에도 정부의 잇단 규제책에도 중국 등 외국인들의 투자세는 꺾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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