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기록 증거조사 과정서 유리한 내용·대목 놓고 서로 충돌
변호인 "상식에 안 맞는 주장"…檢 "사건 자체가 상식 어긋나"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강애란 기자 = 대기업에 592억원대 뇌물을 수수 또는 요구·약속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박근혜(65) 전 대통령 측이 "공소장 내용에 무리가 있다"면서 그동안 검찰과 특검이 제시한 증거에 반박 입장을 내놓았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는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검찰 측 서류증거에 관한 의견을 밝혔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기소되기 전 최순실씨의 재판에서 이뤄진 증거조사 내용 가운데 유리하게 해석할 여지가 있는 내용을 부각했다.
'공공재단은 누군가의 소유라 볼 수 없다'는 취지의 이승철 전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증언, '박 전 대통령이 배드민턴팀 창단을 언급했으나 기업이 돕는 것이 좋겠다는 말에 나도 공감했다'는 취지의 권오준 포스코 회장 증언 등을 공개했다.
유 변호사는 또 "박 전 대통령이 한 번도 (미르·K스포츠)재단을 설립하라고 명시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다고 일관되게 진술해왔고, 이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도 인정하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입수한 안 전 수석의 업무 수첩에 관해 유 변호사는 "안 전 수석이 일부 자신의 생각도 수첩에 기재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며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즉시 기재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통해 '말씀 자료' 등 문건을 최순실씨에게 건넨 공무상 비밀누출 혐의에 관해서는 "정 전 비서관도 건건이 문건을 건네주라는 지시를 받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검찰은 "증언 내용은 지엽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취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어느 쪽 주장이 설득력 있는지 추후 파악해보겠다"고 양측 공방을 정리했다.
검찰과 특검은 이날 재판에서 최씨 조카 장시호씨의 재판기록을 공개하고 취지를 설명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의 재판기록도 공개하려 했으나 예상보다 긴 시간이 소요돼 다음 공판으로 미뤘다.
유 변호사는 장씨의 재판기록을 두고 "박 전 대통령이 2015년 7월 이재용 부회장을 만날 때 최순실씨 조카 장시호씨가 만든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자료를 전달하며 지원을 요구했다는 게 장씨 진술의 취지인데, 삼성그룹 대관팀은 정작 후원할 센터가 어디인지 같은 해 9월까지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며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우리는 상식과 증거에 따라 기소했으나 사실 수사팀도 국민도 상식적으로 이 사건을 이해할 수 없다"며 "상식적인 추론이 아니라 증거에 따라서 기소한 것"이라고 맞받았다.
앞선 공판과 마찬가지로 약식 올림머리에 남색 정장을 입고 나온 박 전 대통령은 재판 도중 눈을 감고 조는 등 피곤한 기색이었다. 재판이 끝나고 방청석에서 지지자들이 "힘내세요"라고 외치자 박 전 대통령은 법정을 나가기 전 방청석을 향해 웃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박 전 대통령에 앞서 기소된 최씨는 이날 심리 내용이 자신과 관련한 부분이 아니어서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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