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세 번째 사람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 강아지똥 = "똥을 똥이라 않고 그럼 뭐라 부르니? 넌 똥 중에서도 가장 더러운 개똥이야!"
날아가던 참새에게도, 소달구지 바퀴 자국에서 뒹굴던 흙덩이에도 더럽다고 놀림받는 강아지똥. 싹을 틔운 예쁘고 고운 민들레를 보면 부러움에 한숨만 나온다. 하지만 꽃을 피우려면 거름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는 기꺼이 빗물에 몸을 녹여준다.
아동문학가 권정생(1937∼2007)의 10주기를 맞아 동화 '강아지똥'(1969)이 보드북으로 새롭게 나왔다. 권정생이 쓰고 정승각이 그린 그림책 '강아지똥'은 1996년 첫 출간 이후 120만 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다. 정승각은 강아지가 똥 누는 모습을 보려고 4개월 동안 강아지 뒤를 따라다니며 작업했다고 한다.
길벗어린이. 28쪽. 1만2천원. 0∼7세.
▲ 고약한 결점 = 누구나 크든 작든 결점을 가지고 있다. 프랑스 작가 안느-가엘 발프는 태어날 때부터 제 결점을 의식하는 한 아이의 이야기를 통해 결점을 어떻게 다스릴지 생각해보게 한다.
아이의 결점은 처음엔 사람들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작았다. 자라면서 결점도 함께 커져 누구나 알아볼 수 있게 됐다. 결점을 제대로 보라는 주위의 조언대로 안경도 써봤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만난 의사 선생님이 경험에서 우러나온 처방을 내린다. "의사 선생님의 결점은 처음에는 엄청 컸대요. 하지만 결점을 신경 쓰지 않으려고 애썼더니 지금처럼 아주 작아졌대요."
그리고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난다. 이젠 결점이 아닌 아이 자신이 보인다. 처음엔 짧은 실 조각이었다가 아이의 몸을 휘감기도 하는 결점을 인상적으로 형상화했다.
파랑새. 크실 그림. 이성엽 옮김. 50쪽. 1만4천800원. 초등 1∼2학년.
▲ 어린이, 세 번째 사람 = 아동문학평론가 김지은의 평론집. 저자가 최근 10여년 동안 동화와 청소년소설을 읽고 쓴 작품론과 작가론·인터뷰·서평을 엮었다.
책 제목은 아동문학을 바라보는 저자의 관점을 집약해 보여준다. 저자는 아동청소년문학을 '세 번째 사람'의 문학으로 파악한다. 어른들의 문학은 권력을 가진 일인자와 그의 뒤를 쫓는 이인자에 관심을 갖는다. 그러나 아동청소년 문학에는 일인자와 이인자의 고함에 묻혀 있던 세 번째 사람의 음성이 담겨 있다.
"현란한 위계와 권력은 경쟁적 투쟁에서 힘을 갖지만 세 번째 사람들의 이야기에 오면 빛을 잃는다. 이곳에서 빛나는 것은 따로 있다.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것, 들리지 않았던 소리가 다른 파장과 계산과 무관한 빛의 세기로 조명되는 곳이 아동청소년문학이다."
창비. 500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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