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로 옮겨붙은 '옥자' 논란…넷플릭스 vs 극장 힘겨루기

입력 2017-06-01 17:22   수정 2017-06-01 18:31

국내로 옮겨붙은 '옥자' 논란…넷플릭스 vs 극장 힘겨루기

극장·온라인 동시 개봉에 CGV 반발 "'옥자' 상영 안 할 수도"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올해 칸국제영화제를 뜨겁게 달궜던 영화 '옥자'를 둘러싼 배급방식 논란이 국내 극장가로 옮겨붙었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는 미국의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가 약 600억원을 투자해 만든 미국영화다.

넷플릭스와 국내 영화 배급사 뉴(NEW)는 '옥자'를 이달 29일 넷플릭스 온라인 서비스와 국내 극장에서 동시 개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넷플릭스는 같은 날 전 세계 190개국에서 '옥자'의 온라인 서비스를 실시하며, 영국과 미국에서도 극장 개봉을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해 전국 139개 상영관을 보유한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CGV는 "넷플릭스가 국내 영화 산업 시스템을 무시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CGV는 '옥자'를 먼저 극장에서 개봉한 뒤 시차를 두고 온라인 서비스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옥자'를 상영하지 않겠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CGV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극장용 영화들은 극장 개봉 후 통상 2∼3주 뒤에 IP(인터넷) TV로 서비스된다"면서 "넷플릭스가 이런 국내 영화산업의 생태계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극장과 온라인 동시 개봉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이어 "넷플릭스의 이런 결정은 자사 플랫폼으로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옥자'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넷플릭스는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넷플릭스의 국내 유료 가입자 수는 5만∼8만명 정도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롯데엔터테인먼트도 '옥자'의 개봉 여부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롯데엔터테먼트 관계자는 "통상 영화 개봉일 일주일 전에 개봉 여부와 상영관이 결정되지만, '옥자'는 이슈가 되고 있는 만큼 현업에서 이미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멀티플렉스가 반발하는 것은 극장 개봉과 넷플릭스 서비스가 동시에 상영될 경우 극장 관객을 넷플릭스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국내 극장가에서 영화의 흥행 여부는 개봉 일주일 안에 결정된다. 따라서 초기 관객을 많이 확보해야 극장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또 넷플릭스의 일방적인 발표에 대한 반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옥자'의 국내 극장 배급을 대행하는 뉴 관계자는 "동시 개봉이라는 넷플릭스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극장 사업자와 협의해 가능한 한 많은 관객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옥자'가 많은 관심을 끈 화제작이기 때문에, 극장으로서도 '옥자' 상영을 포기하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영화 배급방식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달 28일 폐막한 칸영화제에서 먼저 일었다. '옥자'와 또 다른 넷플릭스 영화 '더 메예로위츠 스토리스'가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처음으로 초청되자, 프랑스 극장협회는 "극장 개봉을 전제로 하지 않은 영화를 경쟁 부문에 초청하는 것은 영화계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이에 따라 칸영화제 집행위원회는 내년부터는 극장 상영 영화만 경쟁 부문에 초청하겠다고 방침을 바꾸기도 했다.





fusion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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