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심의 실효성 낮아"…"업계 자정능력 강화해야" 주장도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해수욕장 해변에 있는 시신의 모습이 인터넷 개인방송을 통해 그대로 공개되면서 즉흥적인 개인방송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인터넷 개인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의 한 방송진행자(BJ)는 지난달 31일 새벽 부산 사하구 다대포 해수욕장에서 한밤에 바닷가를 산책하는 모습을 촬영하다가 해변에서 사람 형태의 물체를 발견했다.
BJ는 "해변에 마네킹 같은 것이 있다", "이거 찍어도 되나"라고 망설이면서 근처로 다가갔다가 시신임을 확인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
아프리카TV측은 2일 "방송을 진행한 BJ가 시신임을 알아차리고 바로 방송을 중단했다"며 "경찰에 신고한 뒤에도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고 설명했다.
또 "고의성이 전혀 없고 범죄사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BJ에 별도의 제재를 내리지 않을 예정"이라며 "해당 방송을 진행한 BJ도 크게 충격을 받아 심리 상태에 문제가 없는지 지속해서 소통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아프리카TV 측은 해당 영상을 사고 발생 후 즉시 삭제했지만, 여전히 인터넷에서는 당시 방송 화면을 캡처한 사진들이 유포되고 있다.
이번 사안의 경우 충격적인 장면이 노출된 시간이 짧고 진행자가 이를 고의로 방송한 것도 아니지만, 온라인 방송의 영상 모니터링이 허술하다는 목소리는 '방송 사고'가 날 때마다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지난달 1일에는 인터넷 개인방송 플랫폼 팝콘TV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던 출연자들이 방송장소인 부산의 한 모텔에서 날계란을 던지고 밀가루를 뿌리는 행동을 보여주다 객실을 심하게 훼손해 재물손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문제는 인터넷 개인방송의 특성상 모니터링을 시청자 신고나 사후 심의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사업자 신고만으로도 방송을 할 수 있어 사전에 위험 요소를 걸러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입법조사처가 지난해 발간한 '인터넷 개인방송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인터넷 개인방송은 방송법상 방송서비스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공적 책임, 사업자 제한, 등급분류 등의 규제가 없다.
인터넷 개인방송 콘텐츠는 인터넷에 관련한 일반적인 규제 내용을 담은 정보통신망법 제44조 7항에 따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통신심의 사후 규제를 받을 뿐이다.
방심위의 사후 규제도 인력 부족으로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성태 의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5년초부터 2016년 6월까지 개인 인터넷 방송에 관해 내용 삭제, 이용 정지 등의 처분을 내린 사례는 126건이다.
같은 기간 아프리카TV가 자체적으로 문제가 되는 영상을 적발해 영구정지, 일시정지 등의 처분을 내린 건수는 93만4천14건에 이른다.
건전한 인터넷 개인방송 환경을 조성하려면 실효성이 낮은 사후 규제보단 업계의 자정 노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 개인방송 규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일방적인 규제 마련보다 방송 진행자의 자정 노력이 더 중요하다"며 "일부의 일탈 행동을 잡기 위한 과도한 규제는 창작 생태계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기에 민감한 개인 방송진행자들이 자극적 콘텐츠의 유혹에 빠지기 쉽지만 이른바 '롱런'하는 진행자들의 공통점은 건전하면서도 유익한 콘텐츠를 내세웠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ujin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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