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서훈 국정원장에게 남북관계 대전환을 위한 역할을 당부하면서 과거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막후에서 주도했던 서 원장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 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당장은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기 때문에 말하기 이르지만 결국은 우리가 여러 가지 수단을 총동원해 북한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야 하고, 그것을 통해 북핵 폐기와 함께 남북관계의 근본적인 대전환도 이뤄내야 한다는 점에서도 국정원이 해야 할 역할이 아주 많다"고 말했다.
이에 서 원장은 "그런 부분도 유념해서 목표를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달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서 원장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 북한과 다수의 공식·비공식 접촉을 진행한 최고의 대북 전문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2000년 6·15 정상회담과 2007년 10·4 정상회담 등 남북 간 열린 두 차례 정상회담도 실무적으로 주도했다.
2000년 9월 박재규 당시 통일부 장관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 2002년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의 김 위원장 면담, 2005년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의 김 위원장 면담 등에 모두 배석하는 등 최고위급 남북대화의 현장에는 항상 그가 있었다.
문 대통령의 당부는 과거 북한과의 수많은 협상을 통해 다져진 서 원장의 경험과 능력이 단절된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핵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일부에선 '남북관계 대전환'을 위한 방안으로 서 원장이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없지 않다.
서훈 원장은 김정일 위원장과 가장 많이 대면한 인사로 꼽히는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도 부친과의 인연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도 "당장은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기 때문에 말하기 이르지만"이라는 단서를 달았듯,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서 원장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극히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서 원장도 지난달 10일 내정 발표뒤 가진 회견에서 "남북정상회담 얘기를 꺼내는 것은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말한 바 있다.
일각에선 남북관계 복원에 있어 주무부처인 통일부를 제쳐놓고 서 원장이 주도적으로 나서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 원장은 지난달 29일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남북관계나 남북회담은 기본적으로 통일부의 책무"라며 "앞으로 어떤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국정원 본연의 임무나 본분에 맞는 추진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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