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100명 참석…당 사무처 "정확한 인원 확인 못해줘"
'쓴소리'는 봇물…대선 패인 분석에서 '최순실 사태' 언급 안돼
(단양=연합뉴스) 홍정규 류미나 기자 = 집권 여당에서 제1야당으로 전락한 자유한국당이 대선 패배 이후 첫 1박 2일 연찬회를 충청북도 단양에서 1일 열었다.
이날 연찬회에는 현역 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참석했다. 외부 인사의 특강과 과제별 분임토의로 이어지는 기존의 연찬회 형식을 벗어나지 않았다.
참석한 현역 의원은 약 100명으로 추정됐다. 최다선인 서청원 의원이 불참한 가운데 김재경, 김학용, 이진복 등 바른정당에서 돌아온 복당파 의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당 사무처는 정확한 참석 인원을 확인해주지 않았다.
지난해 총선 참패 이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구속, 바른정당 의원들의 탈당과 대선 패배로 한국당은 1년 넘게 악재에 시달렸다.
그러나 이날 연찬회에 참석한 의원들은 물론 당직자들의 모습에서 정권을 잃은 정당의 절박함이나 긴장감은 좀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틈만 나면 행사장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 잡담하거나 흡연구역으로 향했다.
행사장에는 "혁신하고 소통하겠습니다"라는 구호가 걸렸다. 대선 패배를 반성하는 의미가 담겼다.
1년 전인 지난해 6월 연찬회에서도 구호는 '다 함께 협치, 새롭게 혁신'이었다. 이후 한국당의 모습은 구호와 반대였다. 협치는 물론 혁신도 부족했다는 평가가 곤두박질친 여론조사로 드러났다.
2년 전 연찬회에서는 "총선 필승"을 다짐했다. 이튿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의원들을 청와대로 전격 초청해 결속을 다졌다. 그러나 이듬해 총선에서 참패했고, 당은 갈라졌다.
이번 연찬회는 대선 패배 이후 당을 다시 추스르자는 취지로 열렸다. 새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한 다음 달 3일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에서다.
정우택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인사말에서 "다가올 7·3 전대가 한국당이 명실상부하게 새로 태어나도록 하는 대전환점의 계기를 가져올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계파주의 청산과 당내 통합을 강조하면서 "동지애를 느끼고, 동지로서 품격있고 수준 높은 토론을 하자"고 당부했다.
한국당을 향한 '쓴소리'는 봇물 터지듯 터졌다.
당 성보빈 미래세대위원은 "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지지하거나 투표했다고 하면 주변 청년들에게 따끔한 눈초리와 거북한 발언을 들어야 했다"며 "한국당은 당명과 로고만 개정했을 뿐, 10년 전의 한나라당 이미지와 똑같이 청년들에게 비친다"고 지적했다.
청년정치크루 이동수 대표는 "(주변에서) 왜 한국당은 지지하지 않고 바른정당은 지지하느냐고 묻는데, 적어도 바른정당은 잘못한 건 잘못했다고 인정할 줄 안다고 생각한다"며 "1년 전 세비반납 약속을 바른정당은 지키지 못해 송구하다고 했는데, 한국당은 마감 직전 법안 발의하고 다 이행했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이런 쓴소리를 듣고 참석자들은 비공개 분임토의를 했다. 그러나 대선 패인 분석에서 '최순실 사태'가 쏙 빠지는 등 일반적인 인식과는 다소 괴리를 보였다.
대선 패인 분석 토의에 참여한 한 의원은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수도권을 잡지 못했다거나 청년층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는 게 패인으로 꼽히더라"며 "그건 패인이 아닌 결과다. 근본 원인은 도외시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연찬회 특강 연사로 초청된 소설가 복거일 씨는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두고 "박근혜 정부가 서툴렀지만, 때 묻었지만 용감한 시도였다"고 평가하면서 "'태극기 집회'를 보면 열정이 순수하다. 나라 걱정하고 자녀 지키려고 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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