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끌어내…그해 한국 방문 인연도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냉전 시대 '철의 장막'을 직접 잘랐던 오스트리아의 알로이스 모크 전 외무장관이 향년 82세로 별세했다고 DPA통신은 1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국민당(OeVP)의 발표를 인용해 전했다.
모크 전 장관은 1989년 6월 헝가리 줄러 호른 외무장관과 함께 양국 국경에 설치돼 있던 철조망을 자르는 행사를 열었다.
모크 전 장관이 호른 전 장관과 철조망을 자르는 모습은 전 세계에 타전됐고 냉전의 종말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냉전 시대 유럽에는 동독-서독 국경과 오스트리아-헝가리 국경에 장벽이 설치돼 있었다.
오스트리아-헝가리 국경 장벽이 철거되면서 많은 동독인이 서독으로 가기 위해 헝가리로 몰려들었고 자유를 얻기 위한 동독인들의 탈출은 그해 11월 베를린 장벽의 붕괴를 끌어냈다.
헝가리는 1989년 5월 이미 장벽 철거를 시작했지만 시선을 끌지 못했는데 모크 장관은 전 세계에 동유럽 공산주의 붕괴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에 호른 장관에게 함께 사진을 찍자고 제안했다.
이 한 장의 사진은 동유럽 공산주의 정권의 연쇄적인 몰락을 불러왔다. 소련은 불개입 의사를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모크 전 장관은 생전 dpa통신 인터뷰에서 "루마니아를 빼면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 공산 국가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졌다. 1989년은 기적과 같은 해였다"고 말했다.
모크 전 장관은 동유럽 공산정권이 잇따라 무너지던 1989년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1991년 크로아티아 독립을 지지했던 그는 동유럽권에서는 민주주의 시대의 상징적인 인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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