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선출직 공직자 부패 차단하고 국민신뢰 회복" 대대적 개혁안 마련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정부가 국회의원이 가족을 보좌관으로 채용하는 관행에 철퇴를 가하고 국회의원의 3연임을 제한하는 등 대대적인 정치개혁 추진에 나섰다.
공화당 대선 후보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의 세비 횡령 스캔들로 확산된 정치불신을 잠재우고 국회의원들의 부패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프랑수아 바이루 법무부 장관은 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마련한 정치개혁 입법안을 발표했다.
먼저 정부는 자녀와 부모, 배우자 등 직계 가족을 의원들이 보좌관으로 채용하는 것을 법으로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프랑스에서는 의원들이 가족이나 친인척을 보좌관으로 채용하는 것이 불법이 아니었다.
가족을 채용한 뒤 이들이 실제 근무를 하지 않으면 허위채용으로 처벌되는 것이 원칙이었으나 이는 잘 지켜지지 않았다.
프랑스 정부가 이런 개혁안을 들고나온 것은 지난 대선에서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피용 전 총리의 횡령 스캔들이 유권자들의 정치불신과 혐오를 극대화했다는 판단에서다.
대선 유력자로 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피용은 아내와 자녀를 의원 시절 보좌관으로 허위채용해 세비를 횡령했다는 폭로가 나온 뒤 지지율이 급락, 대선 결선에도 오르지 못했다. 그와 가족들은 현재 횡령 혐의로 사법당국의 수사를 받는 피의자 신세다.
마크롱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부패 가능성을 차단하는 고강도 정치개혁 입법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 뒤에는 자신과 후보 단일화를 한 중도파 정계 거물 바이루 민주운동당(MoDem) 당수를 법무장관에 앉힌 뒤 정치개혁 과제를 일임했다.
프랑스 법무부가 발표한 개혁안에는 범죄를 저질러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10년간 공직 출마를 금지하는 방안이 담겼다. 해당 범죄에는 금융범죄나 뇌물수수 등 부패범죄도 포함된다.
대통령이 퇴직하면 자동으로 헌법위원회 멤버가 되는 제도도 없애는 한편, 국회의원의 3연임도 금지하기로 했다.
국회의원들의 활동비 정산 방식도 기존의 일괄지급 방식에서 영수증 등 증빙서류를 제출하면 정산해주는 방식으로 바뀐다.
프랑스 정부는 또한 국회의원들의 재임 중 범죄를 따로 다루는 특별법정인 공화국법정(CJR)을 폐지하고 일반 시민과 똑같이 보통법정에서 다루는 방안을 추진한다. 그동안 공화국법정에는 3명의 판사와 함께 12명의 상·하원의원이 재판관으로 구성돼 정치인들의 '제 식구 감싸기'의 온상이라는 비판이 줄곧 제기돼왔다.
프랑스 정부는 또한 각종 선거비용을 전담 관리하는 가칭 '민주주의 은행' 설립과, 국회의원이 자신과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에 개입하는 것을 더 엄격히 금지하는 등 고강도의 정치개혁을 추진할 계획이다.
바이루 법무장관은 개혁 목표에 대해 "바닥에 떨어진 정치인들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프랑스 검찰은 마크롱 대통령의 최측근인 리샤르 페랑 영토통합부 장관의 6년 전 부패 의혹에 대한 예비조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당초 위법한 사실이 없어 조사계획이 없다고 밝혔으나 부패방지 시민단체의 진정을 접수한 뒤 예비조사(내사) 착수로 입장을 급선회했다.
마크롱이 창당한 중도신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의 사무총장이었다가 한국의 국토교통부에 해당하는 영토통합부 장관으로 입각한 페랑은 2011년 자신이 대표로 있던 지역 건강보험기금이 자신의 부인 소유 건물을 임차하는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의혹은 지난주 폭로전문 주간지 '르 카나르 앙셰네'가 처음 제기했고 야당이 즉각 공세를 취하면서 정치 쟁점화했다. 야당들은 페랑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으나 마크롱 대통령은 이를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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