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 산불 왜 커졌나…극심한 가뭄·야간·강풍에 속수무책

입력 2017-06-02 08:11   수정 2017-06-02 08:41

수락산 산불 왜 커졌나…극심한 가뭄·야간·강풍에 속수무책

자정 지나면서 '반전'…강풍 잦아들고 인력 2천여명 동원해 불길 잡아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1일 오후 9시 8분께 발생한 서울 노원구 상계동 수락산의 산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2시간도 안 돼 정상까지 도달했다.

소방 당국이 차량 64대와 인원 2천330명을 동원했는데도 초진에만 5시간 17분이 걸렸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축구장 면적의 5.5배인 3만 9천600㎡를 태웠다.

산불이 이렇게 커진 것은 극심한 봄 가뭄과 강풍으로 인해 진화 작업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서울의 1일 실효습도(건조도 지수)는 43으로 건조주의보·건조경보가 발령될 만큼 위험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러나 겨우내 수북이 쌓인 낙엽과 잔가지가 봄철 내내 이어진 가뭄에 바싹 말라 땔감 역할을 하며 대형산불로 비화했다.

진화 작업에 참여한 한 소방대원은 "마른 낙엽이 5㎝ 이상 두껍게 쌓여있었다"며 "수락산이 낙엽으로 뒤덮여있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바람이 초속 5m의 속도로 강하게 일어 불이 삽시간에 정상까지 번졌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강원도 강릉 산불 당시만큼의 강한 바람은 아니어서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발화 초기에 바람이 비교적 강하게 불어 발화지점 위쪽에서 진화를 위한 저지선을 구축하는 데 애를 먹었다.

기상청 관계자는 "통상 10분 평균 풍속이 초속 9m 정도면 강하다고 보는데 1일 밤 수락산에서는 평균적으로 초속 5m를 넘어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산세가 험한 데다 밤중에 불이 난 것도 빠르게 불길을 잡기 어려운 원인으로 작용했다.

최성희 노원소방서 소방행정과장은 "산세가 험하고 야간이라 현장 접근이 힘들었다"며 "특히 호스를 연결하려면 장비를 다 들고 가서 연결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손전등 등 장비도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야간이라 이른 시기에 소방헬기를 띄울 수 없었던 점도 한계로 작용했다.




그나마 불길을 어느 정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자정께부터 강풍이 잦아든 덕분이다.

초속 5m의 강풍은 점차 속도가 줄어 2일 오전 5시께에는 초속 1m 속도의 북동풍으로 바뀌면서 진화에 기여했다.

소방 당국도 2천명이 넘는 인력을 총동원해 전력 진화에 나섰다. 동이 트면서 소방헬기도 10대를 동원했다.

고압 펌프차와 특수 소방호스를 이용해 9부 능선에 저지선을 구축하고 위에서 아래로 강하게 물을 뿌리는 진화 방식도 주효했다.

수락산이 활엽수 위주의 산인 것도 진화에 도움을 줬다. 활엽수는 수분이 많아 침엽수보다 불에 강하기 때문이다. 수락산 산림 분포는 신갈나무와 굴참나무 등 활엽수가 전체의 90%가량을 이룬다.

만약 수분을 적게 머금은 데다 송진 등의 성분을 지녀 불에 잘 타는 침엽수가 많았다면 불이 더욱 커졌을 수도 있다.

당국은 불씨가 완전히 잡히면 '완진'을 선포할 계획이다.

화재 원인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소방 당국과 경찰, 구청 등 지방자치단체와 산림청의 합동 정밀조사를 거쳐 원인이 규명될 것으로 보인다.




comm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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