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경기가 소비·고용으로 파급돼야 경기 회복"
하반기 추경 편성 '주목'…"일자리 창출·내수회복에 직접 사용돼야"
(서울=연합뉴스) 금융팀 =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6개 분기 만에 1%대로 올라섰지만, 전문가들은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궤도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기엔 이르다고 입을 모았다.
수출 호조가 고용과 소비로 이어져야 경기 전반적으로 온기가 퍼지는데, 아직 민간소비가 미진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성장률이 높아져도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 경기는 쌀쌀한 '온도 차'가 생기게 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하반기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주목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내수경기 회복에 초점을 두고 추경 재원을 사용한다면 가계 소득을 늘리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크며, 하반기 경제성장률을 뒷받침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민간소비 진작을 위해서는 소비를 짓누르는 가계부채 문제를 잘 풀어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경기가 완전한 회복세로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경기가 아직 저점 상태에 머물러 있으며 이를 회복세로 반등시키기 위한 정책적 모멘텀이 필요한 시점이다.
연간 성장률 전망이 상향조정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2%대 후반이다. 앞서 2015년과 2016년에도 연간 2.8% 성장률을 보였다. 아직 회복세라고 평가하기는 이르고, 하강이 멈춘 상태라고 보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
1분기 성장률은 화학·반도체 정도에 국한했던 수출 온기가 전 수출산업 분야로 퍼진 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수출 분야 온기가 경제 전체로 확산하지는 않고 있다.
특히 내수가 여전히 부진하다. 그런 의미에서 추경과 같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치는 것은 적절하다. 추경 재원을 내수회복 용도에 직접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저소득층 지원이나 기업투자 유도 등 소비·투자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 이근태 LG경제연구원 박사
수출이 잘 돼 경기 분위기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1개 분기 성장률이 1%대로 올라섰다고 해서 이런 성장세가 계속될 것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경기가 궤도에 오르려면 고용이나 소비로 이어지며 경기 전반적으로 온기가 퍼져야 한다. 경기가 회복되고 있으나 궤도에 접어들었다고 단언하기에는 무리라는 판단이다.
1분기 성장률에는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을 한 것 같다. 지난해까지 경기 위축이 심하고, 여러 불확실성 때문에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위축돼 있다가 해소된 효과다.
1분기 성장률에는 반도체가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본다. 반도체는 물량 증가가 빠르게 이뤄질 수 있는 산업이라 업황이 좋아지면 성장률에 크게 기여한다. 그러나 반도체 이끄는 경기는 내수·소비 등으로 파급되는 효과가 다른 산업보다 크지 않아 경제 주체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 경기 회복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는 추경이 중요하다. 또 세계 경기 흐름과 반도체·수출경기가 내수경기·소비로 파급되는지도 중요하다.
◇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1분기 지표가 좋았지만, 추세적으로 회복세라고 말하긴 어렵다. 1분기 성장률 살펴보면 건설투자의 기여도가 1.1%다. 지속 가능하지 않은 건설투자가 이번 성장률을 끌어 올린 것으로 보면 된다. 반면 GDP의 절반가량의 비중을 차지하는 민간소비의 기여도는 0.2%에 불과했다. 정상적이라면 0.5∼0.6%는 나왔어야 하는데 부진했다. 이는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불안정한 성장 구조다. 특히 상반기에 사회기반시설(SOC) 투자를 많이 당겨서 했다. 하반기에 SOC 투자가 줄어들면 지금의 성장 추세가 이어지기 어렵다. 여기에 부동산 경기도 불안하다. 정부가 가계부채 대책을 또 준비하고 있어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 성장세도 꺾일 수 있다.
올해 성장률은 1분기 성장률이 높아진 것도 있지만, 추경도 편성하기 때문에 생각보다는 많이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가계부채와 부동산이다. 대통령이 나서서 가계부채를 관리하겠다고 하고, 종합대책도 나올 것이다. 그러면 부동산 시장이 급격하게 꺾일 우려가 있다. 이번 성장에 건설투자 기여도가 매우 큰데, 그만큼 꺾일 가능성도 큰 거다. 또 6월에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미국과 한국의 금리 격차가 사라진다. 지금까지는 미국이 금리를 올려도 자본 유출이 없었지만, 이제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건전성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일단 빨리 경제팀을 구성해야 한다. 일단 정부가 경제를 보는 관점이나 정책의 방향성을 통일시켜야 한다. 지금의 추세를 유지하려고 무리하게 부동산 시장을 키우고 건설투자에 의존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정부가 일자리를 강조하지만, 경제 선순환 구조의 시작은 투자가 늘어나는 것이다. 기업 투자가 늘어나도록 경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 백웅기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 이코노미스트
경기가 회복국면에 들어선 것이 확인되고 있다. 세계 경제가 회복국면에 접어들었고, 국내 경기는 바닥을 지나서 올라가는 첫 국면이라고 볼 수 있다.
국내 경기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수출인데,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여 수출이 좋았다. 내수의 경우 건설을 중심으로 투자가 많이 이뤄져 1분기 성장률이 속보치보다 높아진 것으로 본다. 건설 부문이 여전히 내수를 견인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소비는 아직 살아나지 않고 있다. 내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소비가 살아나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하반기 추경을 하면 이 효과가 상당할 수 있다. 직접적으로 일자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소득을 늘리는 데 상당히 기여할 가능성이 크며, 하반기에 우리 경제를 뒷받침할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다.
추경을 통한 정부 소비가 마중물 역할을 하려면 민간부문 소비가 탄력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가계부채 문제가 민간소비에 커다란 짐이 되고 있어 대통령이 8월까지 가계부채를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을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가계부채 대책이 지속적으로 나왔지만, 증가세가 꺾였을 뿐 계속해서 늘어왔다. 가계부채 문제를 풀어내는 방식이 하반기 위험 요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경기를 추세적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가계부채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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