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 부진 미스터리…오히려 공은 더 빨라졌다

입력 2017-06-02 11:06  

양현종 부진 미스터리…오히려 공은 더 빨라졌다

데뷔 첫 3경기 연속 6실점 초과

평균자책점 3.93까지 폭등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KIA 타이거즈가 자랑하는 왼손 투수 양현종(29)이 혹독한 부진을 겪고 있다. 개막 후 7경기에서 모조리 승리를 따내며 김일융이 1986년 세운 '개막 후 8전 전승' 기록까지 넘봤던 시즌 초반 페이스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하기 힘든 모습이다.

양현종은 1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에 선발 등판해 2이닝 7피안타 1피홈런 2볼넷 1탈삼진 3자책 6실점으로 무너졌다. 올해 11번의 선발 등판 중 두 번째로 5회를 채우지 못했고, 2015년 7월 4일 수원 kt wiz전(1⅓이닝 2실점) 이후 선발 최소이닝 소화다.

개막 7연승 기간 양현종의 평균자책점은 1.90으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다음 등판인 지난달 14일 문학 SK 와이번스전(7이닝 3실점)도 승리투수는 못 됐지만,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3경기에서는 내리 패전투수가 됐다. 지난달 20일 광주 두산전에서 4⅔이닝 12피안타 6실점으로 올해 가장 많은 안타를 내주며 무너졌고 26일 광주 롯데전 역시 5⅓이닝 8피안타 7실점으로 부진했다.

에이스의 활약을 기대했던 홈팬들 앞에서의 부진이라 더욱 충격이 컸던 양현종이다.

급기야 1일 NC전마저 7실점 한 양현종은 평균자책점이 3.93까지 치솟았다. 시즌 성적은 11경기 7승 3패 66⅓이닝 평균자책점 3.93. 한때 리그 평균자책점 1위를 달렸던 그는 18위까지 순위가 내려갔다.

양현종이 3경기 연속 6점 이상 실점한 건 2007년 데뷔 후 처음 있는 일이다.

갑작스러운 양현종의 부진에 대해 코치진도 딱히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체력적으로 문제를 드러낼 시기도 아니고, 부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김기태 감독은 "체력과 기술적인 문제 모두 아니다. 원래 자리로 돌아올 것"이라고 양현종에게 여전히 신뢰를 보낸다.

양현종은 6월까지 호투하다 한여름인 7~8월에 성적이 조금씩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그의 개막 후 6월까지 통산 평균자책점은 3.49지만, 7~8월은 4.89였다.

하지만 올해는 5월 중순부터 갑작스러운 부진이 시작됐다. 체력 고갈이 원인이라면 구속이 떨어지기 마련이지만, 양현종은 오히려 최근 3경기에서 공이 빨라졌다.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양현종의 이번 시즌 속구 평균 구속은 시속 144.3㎞로 국내 선발투수 가운데 단연 1위다. 최근 3경기에서는 시속 144.7㎞로 0.4㎞ 증가했다.

볼 배합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속구와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를 구사하는 양현종은 기본적으로 속구를 60% 이상 던지는 정통파 투수다.

시즌 초 슬라이더 비율을 높여 재미를 봤던 양현종은 최근 체인지업을 조금 늘렸다가 부진에 빠지자 NC전에서 다시 슬라이더를 더 많이 던졌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이처럼 눈에 보이는 숫자는 시즌 초 좋을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건 없다. 다만 최근 양현종은 실투가 늘어나는 등 제구에 애를 먹고 있다.

투수는 작은 변화에도 투구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다. 어떤 투수든 한 번씩은 경험이 있고, 원인을 찾지 못할 때도 잦다. 양현종이 풀어야 할 숙제다.

4b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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