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 최고] 어린이도 야생진드기 감염 사례 있다

입력 2017-06-03 07:00   수정 2017-06-03 07:56

[건강이 최고] 어린이도 야생진드기 감염 사례 있다

고령층에 환자 많지만, 아이들도 주의해야…10월까지 감염 급증세

환자 돌보는 가족·의료진은 2차 감염 주의해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올해도 어김없이 야생진드기가 옮기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환자가 잇따라 발생해 주의가 요구된다.

SFTS는 야생진드기의 일종인 작은소참진드기에 물려 발생하는 감염병이다. SFTS 바이러스에 감염된 진드기에 물리면 1∼2주의 잠복기 이후 감기 증상과 비슷하게 열이 나거나 근육통을 앓는다. 이후 설사가 나거나 근육통이 심해지고, 의식이 떨어지는 뇌 증상을 보이다가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지면서 사망하기도 한다. 치사율은 2013년만 해도 47.2%로 아주 높았지만, 최근 4년(2013∼2016년) 치사율을 종합하면 21.5%로 다소 떨어진다.

3일 질병관리본부 감염병웹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환자는 올해 들어 현재까지 총 6명이 발생했다. 지난달 9일에는 SFTS 양성 판정을 받은 할머니(79)가 숨져 올해 첫 사망자로 기록됐다.

SFTS를 예방하려면 이 질환의 특징을 잘 알아둘 필요가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2013∼2015년 사이 SFTS 양성 환자 170명을 분석해 '미국 열대의학·위생저널'(The American journal of tropical medicine and hygiene) 최근호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국내 SFTS 환자의 68.2%(116명)는 60세 이상이었으며, 여기에 50대를 포함하면 85.3%(145명)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주로 면역력이 떨어지는 고령층에 이 질환이 집중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어린 환자도 감염되는 사례가 있어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

양은미 전남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팀은 2015년 8월에 발생한 10세 어린이의 SFTS 감염 사례를 대한의학회지(JKMS) 4월호에 보고했다. 소아 SFTS 감염 사례로는 국내 처음이라는 게 양 교수팀의 설명이다.

논문을 보면 이 어린이는 8일 동안 계속된 근육통과 발열 등의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으며, 검사 결과 SFTS 바이러스가 혈액에서 검출됐다. 당시 이 아이의 아버지는 아이한테 고열이 발병하기 전에 머리에서 진드기를 발견하고 제거했지만, 증상이 계속되자 병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요즘처럼 야외 활동이 많은 때에는 부모가 아이들의 옷이나 머릿속도 세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양 교수는 논문에서 "소아 SFTS 환자는 임상 증상만을 근거로 하는 성인의 경우보다 발견하기가 어렵다"면서 "진드기에 물린 후 가벼운 증상을 호소하는 소아 SFTS 환자를 선별하는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SFTS 환자는 계절적으로 5월부터 꾸준히 늘기 시작해 9∼10월에 정점을 찍는다.

지난해의 경우 5월 10명, 6월 13명, 7·8월 각 18명, 9월 34명, 10월 62명 11월 6명 등으로 10월까지 급증하는 추세를 보였다가 다소 추워지는 11월에 다시 감소했다.

한국 SFTS 임상네트워크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에 지난해 12월 발표한 논문을 보면 지역별로는 도시 지역을 제외하고 전국에서 SFTS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제주도, 강원도, 경상북도, 전라남도 등의 구릉 지역에서 유독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발병에서 병원 방문까지는 평균 4일이 걸렸다.

SFTS 증상은 발열(93.5%), 근육통(63.3%), 설사(54.3%), 식욕 부진(53.8%), 오심 (37.4%), 두통(34.1%) 등으로 많았다. 이 밖에도 위장증상(78%), 중추 신경계 증상(66.3%), 호흡기 및 심혈관 증상(41.8%), 출혈성 증상(21.5%)이 다수에서 관찰됐다.

발열은 평균 8일 지속했으며, 위장증상은 평균 10일 동안 이어졌다. 또 SFTS 사망자는 증상 발현 후 평균 9.5일을 투병한 것으로 나타났다.

SFTS는 아직 치료제나 백신이 없어 진드기에 물리지 않는 게 최선의 예방책이다. 농작업이나 등산할 때는 긴 팔, 긴 바지, 모자 등을 착용하고 풀밭 위에 앉거나 누울 때는 반드시 돗자리 등을 깔아야 한다.

또 야외 활동 후 돌아와서는 목욕과 함께 입었던 옷을 털고 나서 반드시 세탁해야 한다. 환자와 자주 접촉하는 가족과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도 2차 감염에 주의해야 한다.

만약 진드기에 물린 것이 확인되거나 야외 활동 뒤 2주 이내에 고열이나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의료기관을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bi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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