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도발 멈춰야 대화' vs 北 '핵보유 인정 전제 대화'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미국이 다시 대북제재·압박 국면에서 신발 끈을 조이고 있다.
미국 정부는 1일(현지시간) 북한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및 관련 금융 활동에 몸담았던 북한과 러시아의 개인·단체(북한 개인 2명·단체 8곳, 러시아 개인 1명·단체 3곳)를 제재 대상으로 신규 지정했다.
인민무력성, 국무위원회 등 우리 정부가 작년 12월 선제적으로 지정한 북한 기관뿐 아니라 우리 정부가 아직 독자 제재 대상에 넣지 않은 북한 군부인 인민군을 '블랙리스트'에 올린 것이 눈길을 끌었다. 또 북한의 해외 노동자 송출에 관여한 조선컴퓨터센터를 제재 대상에 포함한 것은 북한의 돈줄 차단 면에서 의미 있는 조치로 보인다.
러시아 회사 3곳과 러시아 국적자 1명을 제재 대상에 포함한 것은 대북제재 드라이브에 미온적인 러시아에 대한 압박 측면이 읽힌다. 특검 조사로 연결된 미국내 '러시아 내통 스캔들' 때문에 러시아에 유화적인 모습을 보이기 어렵게 된 트럼프 행정부가 차제에 북핵 해결 진전이라는 명분을 위해 러시아도 압박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분석도 있다.
여기에 더해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해 여행금지·자산동결 대상을 확대하는 새 대북제재안을 마련했으며, 중국도 동의함에 따라 오는 2일 오후(현지시간·한국시간 3일 새벽) 안보리 회의에서 표결 처리될 것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역시 미국이 추가제재에 소극적인 중국을 압박한 결과로 보인다.
독자제재와 유엔 안보리 차원 제재 등 양대 전선에서 미국이 보이는 움직임은 최근 북한의 중·저강도 미사일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이 지리멸렬한다는 지적 속에 나왔다.
북한이 지난달 14, 21, 29일 등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3차례 단거리∼중장거리 탄도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는 동안 국제사회의 대응은 '규탄'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 4월 미중정상회담 이후 중국도 전례 없는 강도로 대북 압박에 동참하면서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고강도 도발'은 억제했지만 '중·저강도' 도발을 통해 미사일 역량을 꾸준히 늘려나가는 북한의 행보에 대해서는 실효적 대응을 못하고 있었다.
미국은 북한이 다양한 미사일 시험발사를 통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 개발을 향한 기술 발전을 거듭하는 상황을 수수방관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제재 강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또 대화 재개에 앞서 대화의 조건 설정을 위한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 표현으로도 읽힌다.
한·미는 대화 재개를 위해 북한이 최소한 도발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북한은 연속된 도발을 통해 국제사회에서의 제재 무용론 확산을 꾀하는 한편 '핵보유국 인정에 입각한 대화'를 노리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미국은 북핵 협상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지점에서 시작하려는 북한의 기도를 지켜만 보지 않겠다는 의지를 이번 제재를 통해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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