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음성정보 지원을 위한 텍스트입니다>>
'김치녀·맘충·한남충'이라 욕해도 처벌 안받아요
"남자친구와 더치페이 6:4 정도면 괜찮나요?"
A(25) 씨는 자주 이용하는 커뮤니티에 자신의 고민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돌아오는 댓글은 온통 '김치녀'뿐이었습니다.
*김치녀 : 금전적으로 남성에게 의존하는 여성을 지칭하는 단어, 우리나라에서 쓰이는 대표적인 여성 혐오 용어
'명불허전 김치년' '김치녀를 둔 남자친구가 불쌍하다' 등 혐오 표현이 난무했죠. 상처받은 A 씨는 이후 커뮤니티 활동을 접었습니다.
A 씨의 경우처럼 특정 커뮤니티 사용자를 비하하는 표현은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 16곳의 게시물 100개와 해당 글에 달린 댓글 10개씩을 분석한 결과 성차별적 게시글과 댓글은 153건으로 확인됐습니다. <출처 :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김치녀 외에도 '맘충'(벌레 같은 행동을 하는 아기엄마), '한남충'(벌레 같은 한국 남성) 등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 단어가 빠르게 양산되고 있죠.
특히 장애인, 이주민 등 소수자와 약자들은 끊임없이 혐오 표현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성적소수자, 여성, 장애인의 대다수가 온라인에서 혐오표현을 경험해본 것으로 나타났죠. 이들 10명 중 4명은 이로 인해 정신적 스트레스, 우울증 등을 겪었는데요.
하지만 이런 혐오 표현, 법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특정인이 아닌 여성, 남성 등 특정 집단을 향한 혐오 표현에 법을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에 "언제까지 차별과 혐오의 현실 속에 살아야 하냐"며 입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혐오 표현이 민주 사회에서 조화로운 삶을 살아가는 데 심각한 위험을 안겨 주었다" - 독일 법무부 장관
이미 독일 등 서유럽에서는 혐오 표현을 지우지 않는 SNS 업체에 무거운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만드는 등 적극적인 규제방안을 펼치고 있죠.
"한 줄 댓글에 불과할지라도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 침해 사이에 가치 충돌이 생길 수 있다" - 중앙지법 오선희 부장판사
하지만 이를 비판하는 시민단체 목소리도 큽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규제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됐죠.
"규제 필요" vs "표현의 자유"
온라인 혐오 표현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자유냐 책임이냐 그 갈림길에서 고통받는 사람은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박성은 기자·서유림 작가
junepe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