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곡의 현대사 산증인 '58년 개띠' 은퇴…세대교체 바람

입력 2017-06-04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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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곡의 현대사 산증인 '58년 개띠' 은퇴…세대교체 바람

민간 영역 이미 4∼5년 전 퇴직…공직사회 올해 본격화

권위주의·민주화 거친 격동의 세대…"사회적 대책 필요"

(전국종합=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 다음 달 공로연수에 들어가는 충북도청의 1958년생 동갑내기 공무원들이 헛헛한 기분을 달랠겸 퇴근 후 한 식당에서 소주잔을 기울였다.

앞으로 펼쳐질 인생 2막을 주제로 삼았던 대화는 이내 지나온 굴곡진 세월을 회상하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옮겨갔다.

"우리가 졸병일 땐 선배들이 저녁 먹자고 하면 만사 제치고 따라나섰는데…요즘 후배들 약속이 있다고 당당히 거절하는 걸 보면 세상 참 많이 달라졌구나 싶어"

"어렸을 때는 참 가난했지…그때는 계란 반찬이 그렇게 먹고 싶었는데"

"그래도 직장 구하기는 어렵지 않았잖아. 요즘 젊은이들 대학 졸업하고도 일자리 구하지 못해 애쓰는거 보면 그 시절이 훨씬 좋았던거지"




올해 공직사회에서 물러나는 이들은 '58년 개띠'라고 불리며 우리 사회의 '베이비 부머' 세대의 상징이다.

내년에 만 60세가 되는 1958년생들은 올해 공로연수나 명예퇴직으로 모두 은퇴한다.

정년 60세가 법제화되기 이전에 상당수의 기업의 정년이 55세였기 때문에 민간영역에서 일했던 동갑내기들은 이미 4∼5년 전부터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 때문에 공직의 '58년생' 은퇴는 사실상 우리 사회에서 베이비 부머의 전면적인 퇴장을 의미한다.

어려운 유년기를 보내면서 먹을거리가 궁핍했던 '보릿고개'를 마지막으로 경험했던 세대도 그들이다.

고등학교 평준화가 시행돼 '뺑뺑이 세대'로 불렸고, 성년이 되면서 군사 독재였던 유신 정권의 몰락과 5공화국 탄생이라는 정치적 격변기를 경험했다. 그렇지만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급속한 경제 성장 덕에 어렵지 않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어 지금과 같은 취업난은 겪지 않을 수 있었다.

사회의 중요한 허리 역할을 담당하던 1997년에는 외환 위기라는 유례 없는 경제적 파고를 온몸으로 겪어내며 파란만장한 시대를 풍미했다.

박재홍 경상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베이비 부머는 유신체제의 권위주의와 1980년대 민주화라는 이중적 성격의 격동기를 경험한 세대"라며 "굴곡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은 우리 사회의 낀 세대"라고 규정했다.




58년생이 베이부 부머의 상징으로 불리는 것은 1958년 우리나라 출생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 사상 처음 90만명을 넘어서다.

각 분야에서 58년생들이 워낙 많았던 터라 일거에 은퇴하는 이들로 인해 사회 전반에 다양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충북도청만 해도 올해 공로연수나 명예퇴직하는 '58년 개띠'가 65명에 달한다. 재작년과 작년 일선에서 물러난 1956년생과 1957년생이 각각 40명, 45명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최고 62% 증가한 것이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명예퇴직이나 정년퇴직으로 물러나는 전국의 광역·기초 자치단체를 포함한 지방공무원은 올해 7천341명으로 추정된다.

1955년생의 정년퇴직이 시작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정년 퇴직자는 연간 4천500∼4천800명 선에 불과했다.

특히 정년 퇴직자가 1천527명에 불과했던 2013년과 비교하면 올해는 무려 4배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들의 퇴장으로 사회 전반에는 세대교체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김미령 대구대 지역사회개발·복지학과 교수는 "올해 사실상 현장에서 은퇴하는 1958년생들은 아직 한창 일할 연령인 데다 이전 세대들보다 고학력자들이 많다"며 "우리 사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 이들의 능력을 사회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bw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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