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 포트로, 32강에서 세계 1위 머리와 맞대결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2010년 US오픈 남자단식 우승자 후안 마르틴 델 포트로(30위·아르헨티나)가 코트에서 보여준 스포츠맨십이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3천600만 유로·약 452억원)에서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델 포트로는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롤랑가로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5일째 남자단식 2회전에서 니콜라스 알마그로(69위·스페인)에 기권승을 거두고 32강에 올랐다.
델 포트로가 1세트를 6-3, 알마그로가 2세트를 6-3으로 따낸 가운데 3세트 게임스코어 1-1에서 알마그로가 왼쪽 무릎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알마그로는 응급처치를 받은 뒤 다시 코트에 섰지만, 통증 때문에 더는 경기를 치르는 게 불가능했다. 그는 경기를 포기하기로 한 뒤 심한 좌절감에 코트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2004년 프랑스오픈에서 메이저 대회 출전을 시작한 알마그로에게 이번 대회는 더욱 뜻깊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와 함께 출전한 대회라서다.
델 포트로는 스스럼없이 알마그로에게 다가가 일으켜 세웠다. 벤치에서는 울고 있는 알마그로를 달래며 어깨동무까지 했다.
이 장면을 두고 프랑스오픈 공식 홈페이지는 "델 포트로가 가슴 따뜻해지는 동지애와 스포츠맨십을 보여줬다"고 묘사했다.
경기 후 델 포트로는 알마그로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주었느냐는 질문에 "그 순간 좋은 말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침착해, 그리고 네 가족과 아기를 생각해봐. 물론 감정이 앞설 때도 있지만, 세상에는 테니스보다 중요한 게 있다'고 말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알마그로는 훌륭한 선수라 빨리 좋아질 거로 생각한다. 솔직히 오늘 난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델 포트로의 이런 행동이 진심으로 느껴지는 건 그가 누구보다 부상과 치열하게 싸웠던 선수라서다.
한때는 세계 랭킹 4위까지 올랐던 델 포트로는 손목 부상 때문에 지난해 초에는 순위가 1천41위까지 추락했다.
초인적인 노력으로 부상을 떨쳐낸 델 포트로는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테니스 남자단식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고 화려하게 재기했다.
그해 10월에는 스톡홀름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해 ATP 투어에서 2년 9개월 만에 정상에 등극하기도 했다.
델 포트로는 남자단식 32강에서 세계 랭킹 1위 앤디 머리(영국)와 맞붙는다. 지난해 올림픽 결승전 패배를 설욕할 기회다. 상대 전적은 3승 6패로 델 포트로가 뒤진다.
4b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