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환경보호청, 직원 감축 위한 바이아웃 계획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발표한 미국의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에는 그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강조한 '미국 우선주의' 정신이 녹아들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파리협정 탈퇴를 직접 발표하면서 "파리협정은 미국에 불이익을 가져다준다"며 "나는 미국 국민을 보호할 책무를 수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파리협정 대신 미국과 국민에게 도움되는 더 좋은 조건의 새 협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협정으로 "다른 나라들이 미국보다 우위를 차지해 재정적 이익을 얻는다"며 이 협정이 미국에 '나쁜 협정'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란 구호 아래 계속 강조한 자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 정신이 그대로 녹아든 발언들이었다.
미국 우선을 강조한 기후협정 이탈은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의 작품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CNN 방송 등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그동안 국제 기후협정 포기를 주장한 배넌 수석전략가와 스콧 프루잇 환경보호청(EPA) 청장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협정 탈퇴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배넌은 청중석 맨 앞줄에 앉았으며, 프루잇은 트럼프 대통령이 발언한 이후 직접 성명을 발표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CNN도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협정 탈퇴 공식 발표에는 극우 매체 브레이트바트 편집장 출신 배넌과 그의 동료들이 신봉하는 국수주의적 시각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백악관 권력 지형에서 트럼프 대통령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고문에 밀렸던 배넌이 이번 파리협정 탈퇴를 계기로 부활했다는 평가도 있다.
배넌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초기 실세로 꼽혔으나 쿠슈너와의 불화설이 돌면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배제되는 등 그동안 입지가 좁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쿠슈너는 최근 '러시아 스캔들' 몸통으로 떠오르면서 백악관에서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관측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이자 쿠슈너의 아내인 이방카는 발표 자리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방카는 기후협정에서 미국이 이탈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이방카는 지난 몇 달간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親) 파리협정 측 입장을 들려주려고 노력했으며, 최근에도 파리협정 전면 탈퇴는 안 된다고 설득을 계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방카뿐 아니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도 미국이 파리협정을 완전히 탈퇴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입장에 섰다.
한편 이날 파리 기후협정 탈퇴 선언을 계기로 트럼프 정부의 반(反)환경 정책은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EPA가 직원 감축을 위한 바이아웃(buyout)을 하기로 하고 내용을 전 직원에게 고지했다고 보도했다.
바이아웃은 계약이 만료되기 전 직원에게 연봉을 지급하고 자발적인 퇴직을 유도하는 제도를 말한다.
ri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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