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탈(脫) 원전 정책을 둘러싸고 새 정부와 원자력업계가 갈등을 빚고 있다.
새 정부는 안전성 등을 이유로 원전 위주의 에너지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원자력업계는 과도한 불안 때문에 그간의 성과를 저평가한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2일 산업통상자원부, 원자력안전위원회, 한국수력원자력을 불러 업무보고를 받았다.
산업부와 원안위는 이미 업무보고를 마쳤지만, 원전을 비롯한 에너지 정책에 대한 이행계획이 미흡했다는 이유로 다시 불려나왔다.
새 정부가 원전 문제에 큰 관심이 있음을 보여준다.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신규 원전 건설 전면중단과 건설 계획 백지화,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월성 1호기 폐쇄, 탈핵에너지 전환 로드맵 수립 등을 공약했다.
국정기획위 김진표 위원장은 업무보고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원전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며 "탈원전 정책은 (선진국에 비하면) 오히려 늦은 감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발 기류도 만만치 않다.
이미 공사가 30% 가량 진척된 신고리 5·6호기의 경우 건설이 중단된다면 한수원은 물론 지역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신한울 3·4호기나 천지 1·2호기는 아직 착공 전이지만 환경영향평가, 용지매입 등에 이미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 상태다.
한수원 노조는 이날 '일방적인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시도 철회하라'는 제목의 대의원 결의문을 발표했다.
노조는 "일방적으로 건설 중단을 추진한다면 국내 원자력 산업 및 중소기업 기자재 공급망 붕괴로 기업이 도산하고 실업자가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앞서 지난 1일에는 원자력 등 에너지 관련 학과 교수들이 '책임성 있는 에너지 정책수립을 촉구하는 교수 일동' 명의의 성명을 냈다.
이들은 성명에서 "문 대통령의 안전 우선 친환경 에너지 정책 패러다임 공약을 지지하지만, 원전 정책 공약의 이행 과정에는 깊은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잘못 알려진 정보로 과도하게 조성된 원전 안전 불안감으로 인해 국민 여론이 오도되고 있다는 것이다.
교수 일동은 "원자력 산업은 저탄소·준국산 에너지의 90% 이상을 생산하며 경제발전, 고급 일자리 창출, 에너지 복지에 기여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문가와 국민 의견을 수렴해 백년대계를 내다보는 국가 에너지 정책을 신중하게 수립한 후 이를 토대로 원자력에 대한 정책을 재정립하라"고 촉구했다.
이 성명에는 2일 오후까지 약 230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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