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심은 모는 말라죽고…타들어 가는 대지 적실 "단비는 언제"

입력 2017-06-02 16:13  

갓 심은 모는 말라죽고…타들어 가는 대지 적실 "단비는 언제"



(무안=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90 농가가 270㏊를 경작하는 전남 무안군 해제면 금산간척지에서는 2일 들녘을 훑는 바람이 일 때마다 악취가 진동했다.

하수찌꺼기에서 나는 듯한 악취의 근원지를 따라가 보니 갓 모내기를 끝낸 논이 나왔다.

검초록 이끼웅덩이로 변한 논 수면에서는 부유물이 꿈틀거릴 때마다 거품이 솟아올랐다.

금산간척지는 봄철 내내 이어진 가뭄으로 전체 농경지 가운데 64%에서만 모내기가 끝났다.

경작지 절반에서 물 마름 현상이 나타났고, 일부 논에서는 심은 지 며칠 되지도 않은 모가 말라죽기 시작했다.

뒷짐을 지고 들녘을 바라보던 농민은 "바다를 메운 땅이라서 고온에 염분은 올라오고 맑은 물은 수증기로 빠져나가고 있다"며 "물갈이를 해줘야 하는데 어디서 물을 구해야 하느냐"고 시름에 잠겼다.

금산간척지에서 자동차로 40여 분 떨어진 무안 삼향읍 지산리 들녘에서는 이날 뿌옇게 일어난 먼지 사이로 농업용수 운반차 행렬이 모습을 드러냈다.


산등성이 넘어 약 15㎞ 떨어진 저수지에서 물을 싣고 온 차들은 꼬불꼬불 농로를 따라 들녘을 가로지르는 하천까지 50여분을 쉼 없이 달려왔다.

한 줄로 멈춰선 차에서 굵은 물줄기가 쏟아지자 말라비틀어진 하천 바닥이 물기를 머금은 진흙으로 변했다.

진흙탕이 웅덩이로 불어나려던 찰나 사방에서 촉수를 뻗친 양수기 호스가 허기를 달래듯 고인 물을 빨아들였다.

들녘 곳곳으로 거미줄처럼 분산된 호스 반대편에서는 샘물처럼 가는 물줄기가 모내기가 한창인 논바닥으로 흘러나왔다.

열 대의 농업용수 운반차가 하루 대여섯 차례 12t씩 물을 실어날랐음에도 하천과 대지는 사흘이 지난 이 날까지 갈증을 호소했다.

농업용수 운반차 기사는 "이렇게 한 번 퍼내고 새로 채워서 돌아오면 언제 물을 쏟아부었나 싶을 만큼 하천 바닥이 말라 있다"고 미간을 찌푸렸다.


하천 다리 난간에 기대 이 모습을 지켜보던 농민 김경숙(65·여)씨는 "이놈의 비가 언제쯤 오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봄철 내내 조금씩 내렸던 비가 밭작물이나 목을 적셨던 정도"라며 "이래서는 다음 주까지 모내기나 끝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전남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전남에 내린 비는 154㎜로 평년 강우량 423㎜의 36%에 그쳤다.

기상청은 다음 주 중반께 모처럼 비소식이 찾아올 것으로 내다봤다.

h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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