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영어 연설로 "美 과학자·기업인들 프랑스로 오라"

입력 2017-06-02 16:59   수정 2017-06-02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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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영어 연설로 "美 과학자·기업인들 프랑스로 오라"

트럼프의 파리기후협정 탈퇴 영어 담화로 비판

자국어 자부심 강한 나라에서 매우 이례적…국제지도자 위상 굳히기 포석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미국의 파리 기후협정 탈퇴를 비판하는 연설을 영어로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자국어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프랑스에서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영어 담화를 하는 일은 거의 유례가 없는 일로, 마크롱이 사안의 심각성을 더욱 널리 알리고 국제사회에서 자신의 위상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마크롱은 1일 밤(파리현지시간) 트럼프의 파리협정 탈퇴 선언 직후 엘리제궁에서 긴급 담화문을 내고 "미국의 역사적인 실수"라고 공격했다.

그는 영어로 진행한 생방송 담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이는 미국은 물론 지구의 미래에도 실수"라고 비판했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의 과학자, 공학자, 기업인, 시민들"을 언급하며 "그분들이 프랑스에서 제2의 고향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여기(프랑스) 와서 우리와 함께 기후변화의 구체적인 해법 마련을 위해 함께 일해보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프랑스는 (기후변화 문제와의) 싸움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크롱은 프랑스어로 한 연설에서도 "미국은 세계에 등을 돌렸지만 우리는 미국인들에게 등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마크롱의 이런 발언들과 영어 연설이라는 형식은 트럼프를 직접 겨냥한 일종의 '도발'로 해석된다.

트럼프 정부가 기후변화 문제와 자유무역에 적대적인 입장을 드러내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유럽연합(EU) 문제에서도 엇박자를 내는 등 서방의 오랜 우방국들에 등을 돌리는 상황에서 프랑스가 다른 선진국들과 공조해 세계의 질서를 주도해가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마크롱은 지난달 25일 브뤼셀에서 트럼프와 첫 대면을 하는 자리에서도 기 싸움에서 트럼프보다 한 수 위에 있는 강한 모습을 보여 화제가 된 바 있다.

두 정상은 맞잡은 손을 여러 차례 강하게 위아래로 흔들었는데, 막판에 트럼프가 손을 놓으려 하자 마크롱이 다시 한 번 움켜쥐는 모습이 포착됐다. 마크롱은 이를 악물고 트럼프의 눈을 응시하며 6초가량 악수를 이어갔다.

이에 대해 마크롱은 며칠 뒤 한 주간지와 인터뷰에서 "그 악수는 순수한 행동은 아니었다. 비록 상징적인 것일지라도 작은 양보도 하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줘야 했다"고 말했다.

마크롱은 이 인터뷰에서 트럼프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등 이른바 '스트롱맨' 스타일의 정상들을 상대하는 나름의 방법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이들은 힘의 논리에 기초해있는데, 나는 신경 쓰지 않는다. 공개적으로 모욕을 주는 외교도 나는 믿지 않는다. 그러나 양자대화에서는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한다. 그게 바로 존중받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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