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새정부 정책에 온도차…갑질규제 환영, 최저임금인상 반발

입력 2017-06-04 07:01  

中企, 새정부 정책에 온도차…갑질규제 환영, 최저임금인상 반발

대기업 횡포 규제·카드수수료 인하·청년 채용 임금지원 적극 지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근로시간 단축에는 부담

"최저임금 1만원 인상시 추가 인건비 82조원"…소상공인 "도산한다"

(서울=연합뉴스) 박성진 김은경 기자 = 친(親)중소기업 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힌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구체화하고 있다.

중소기업계와 소상공인, 자영업자는 새 정부의 대기업 '갑질' 규제나 중소기업 신입 직원 임금지원, 카드수수료 인하 등을 적극적으로 환영하며 더 많은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생존을 위협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 문재인 정부, 약속어음 제도 폐지 등 中企 요구 대폭 수용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1일 발표한 '일자리 100일 계획'에는 중소기업들이 요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에서 약속한 중소기업 공약이 상당수 반영됐다.

새 정부 일자리 정책 설계도에 해당하는 '100일 계획'에는 중소·창업기업에 대한 자금 및 세제 지원방안이 담겨 있다.

창업기업 지원자금으로 1조5천300억원, 청년 전용 창업 자금으로 1천200억원을 배정했다.

또 창업했다가 실패한 기업인을 위한 재기지원도 강화하기로 했다. 3천억원 규모의 패자부활 '삼세번 재기지원펀드'를 조성해 9월까지 펀드 모집을 하고 내년부터 본격 운영한다.

정부가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영세가맹점과 중소가맹점 기준을 확대하기로 한 것도 영세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중소기업의 요구를 반영한 조치다.

아직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중소기업의 청년 채용에 대한 정부 지원이나 대기업의 갑질 규제도 조만간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를 축소하고, 중소기업이 청년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면 세 번째 직원 임금을 3년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일자리위원회의 이용섭 부위원장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중소기업의 청년 채용에 대한 정부의 임금지원, 재창업 자금 지원, 고용영향평가제 도입, 노동시간 단축 및 일자리 나누기 등을 열거하며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개선을 요구해왔던 대기업 갑질에 대한 규제도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대형마트·가맹본부의 불공정행위·갑질을 근절하기 위해 고의성이 있는 불공정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액을 가중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대규모유통업법에 새로 도입한다고 밝혔다.

또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에 대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대기업의 '갑질'이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심화시킨다고 보고 더욱 실효성 있는 제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중소기업 자금난의 원인 중 하나인 약속어음 제도도 단계적으로 폐지될 전망이다.

중소기업청은 약속어음을 전자어음으로 대체하거나 매출채권보험을 확대하는 등 약속어음 제도에 대한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중소기업은 정부 정책에서 소외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왔는데 새 정부에서는 중소기업 친화적 정책을 추진해 긍정적이다"면서 "고용 등에서 중소기업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으므로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 "최저임금 인상 보완책 필요…노동시간 단축 단계적 추진해야"



새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중 중소기업계와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가장 크게 반발하는 것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이다.

중소기업계와 소상공인 등은 정부 정책대로라면 인건비 상승 등으로 생존에 위협을 받게 된다면서 오히려 경직된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현재 시급 6천470원인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인상하는 것과 주당 근로시간을 현행 최장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것은 문 대통령이 추진하는 핵심 노동정책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일자리위원회의 3년간 인건비 단계적 인상안을 적용해 내놓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액 증가분 추정' 보고서를 보면 최저임금이 현재 6천470원에서 2020년 1만원으로 인상되면 중소기업은 올해와 비교해 2020년부터 매년 81조5천259억원씩 인건비가 더 들 것으로 추정됐다.

내년 최저임금이 7천485원으로 오르면 중소기업의 인건비 증가액은 16조2천151억원, 2019년 최저임금이 8천660원이면 증가액은 42조2천557억원으로 뛴다.

영세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는 최저임금 인상이 가장 부담되는 정책이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임금을 주고받는 것은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합의해 정할 일이지 정부가 강요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며 "정부가 방향성은 제시할 수 있지만, 너무 서두르는 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대로라면 많은 자영업자가 인건비를 견디지 못해 도산할 것"이라며 "정부는 자영업자들이 오르는 인건비를 감내할 수 있는 장기 비전을 제시하든가 인건비 인상 충격을 완화해줄 보완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도급 납품단가 조정 때 최저임금 인상분 등 노무비용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해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겠다는 정부의 대책에 대해 중기업계는 "갑을 관계가 명확한 현실에서 대기업이 이를 제대로 반영해줄지 모르겠다"고 의구심을 보였다.

주당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서도 중소기업계는 방향 자체에는 동의하지만 열악한 중소기업 현실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적용했으면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근로시간 단축은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휴일근로 중복 할증을 유보하는 데 더해 주 8시간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문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은 노동시장 유연화를 요구하는 중소기업계의 입장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문 대통령은 2016년 32%를 웃도는 비정규직 비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비정규직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차별을 해소해 나가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계는 노동시장 유연화 없이는 중소기업 구인난과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가 해소되지 않으리라고 보고 있다.

강성노조가 근로시간을 단축해도 임금은 보전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돈 없는 중소기업이 해고도 제대로 못 할 직원을 더 뽑을 수 없다는 것이다.

중소기업계는 저성과자 해고 법제화, 통상임금 명확화 등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 법칙이 원활하게 작동있는 정책을 추진해달라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김경만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경영계는 근로시간 단축만으로는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고 노동시장 유연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늘 강조해왔다"며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 등 정책을 추진하려면 노동시장 유연화의 관점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중소기업계도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이나 인건비 보전 방안 등을 고민해 정부에 건설적인 건의를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중소기업의 부담을 덜어줄 보완책 없이 이러한 정책들이 시행된다면 소상공인의 생계가 어려워지는 동시에 중소기업의 해외 이전이 가속화돼 일자리 창출에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sungjin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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