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영장 왜 기각됐나…'난 몰라·엄마책임' 전략 통했다

입력 2017-06-03 01:34   수정 2017-06-03 10:44

정유라 영장 왜 기각됐나…'난 몰라·엄마책임' 전략 통했다

법원 '입시·학사 비리 공모' 소명부족 판단…검찰 보강수사·재청구 검토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법원이 3일 '비선 실세' 최순실 씨 딸 정유라(21) 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주요 혐의와 관련해 검찰이 주장한 것처럼 정 씨와 최 씨가 공모했는지 제대로 소명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 씨는 자신을 둘러싼 여러 의혹과 관련해 '나는 잘 모른다. 어머니가 알아서 했다'는 취지로 형사 책임을 떠넘기는 주장을 펼쳤는데 이런 전략이 효과가 있었던 셈이다.

그는 청담고 재학시절 발생한 것으로 조사된 봉사활동 실적 조작이나 허위 출석 인정(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의혹과 이화여대 부정입학 및 학점 특혜(업무방해) 의혹의 수혜자다.

하지만 법원은 현재까지 수사 결과만으로는 정 씨도 위법 행위에 가담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속 여부를 심사한 강부영(43·사법연수원 32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영장 청구된 범죄사실에 따른 피의자의 가담 경위와 정도, 기본적 증거자료들이 수집된 점 등에 비추어 현시점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부정입학이나 출석·성적 조작이 있었더라도 정 씨가 직접 또는 묵시적으로 범행에 가담하겠다는 의사를 최 씨와 주고받았다는 점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았으며 일단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해야 한다고 결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구속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유무죄를 가리는 본 재판에서 정 씨의 혐의 입증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보강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검찰은 특히 최 씨가 독일에 설립한 법인 코레스포츠에 삼성전자가 정 씨의 승마를 지원하기 위해 송금한 약 78억원과 관련한 위법 행위 가능성을 파고들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특검은 이 자금이 범죄수익에 해당함에도 최 씨나 삼성 측이 승마단 전지훈련 비용과 삼성전자의 말 구매 대금인 것처럼 가장한 혐의(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가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코레스포츠의 지분 소유자였고 승마 선수로서 유일한 수혜자인 정 씨도 범죄수익을 은닉하는 데 가담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검찰의 잠정적인 판단이다.

sewon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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