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네스티 "공공장소 접근금지 처분, 작년 노동법 반대시위에 집중"
마크롱 정부, 국가비상사태 연장·對테러 기능 강화 추진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정부가 2015년 파리 연쇄테러 이후 선포한 국가비상사태(Etat d'urgence)의 특별권한을 남용해 헌법이 보장한 집회·결사의 자유가 크게 위축됐다는 인권단체 보고서가 나왔다.
2일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인터내셔널(AI)의 프랑스 인권상황에 대한 보고서를 보면, 국가비상사태에서 경찰서장의 집회 해산 명령 대부분이 작년 프랑스 노동법 반대시위를 무력화하는 데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정부가 2015년 11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이후 올해 5월 말까지 국가비상사태 하의 비상권한을 집회 해산에 동원한 것은 모두 155차례다.
국가비상사태 권한으로 이뤄진 개인의 공공장소 접근금지 처분은 모두 683건이었는데 이중 절대다수인 639건이 집회·시위 참가 금지조치였다.
이 중 대부분인 574건은 작년 격렬했던 노동법 개정 반대 시위 참가를 막는 데 쓰인 것으로 집계됐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재임시 정부가 노동시장 유연화를 목표로 노동법 개정을 밀어붙이자 작년 여름 파리 등 전국 곳곳에서는 이에 대한 반대시위가 격렬히 펼쳐졌다.
국가비상사태가 아닌 평시에 집회참가 금지처분은 경찰이 단독으로 할 수 없으며, 법원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
한 20세 청년은 프랑스 헌법재판소에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심각히 침해받았다면서 위헌심판을 청구했다.
이 청년은 작년 6월 노동법 개정 반대시위 근처의 할머니 댁에 가던 중 경찰의 불심검문을 받고 빵에 버터를 바를 때 쓰는 칼을 소지하고 있다는 이유로 48시간 구금됐으며 이후 집회참가 금지처분을 받았다.
이 청년을 대리하는 변호사들은 르몽드와 인터뷰에서 실제 위협이 될만한 행동이 아닌 의도만 갖고 처벌하려는 것이라며 정부의 국가비상사태 권한 남용이 개인의 집회·결사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헌법재판소는 오는 9일 이 사안에 대한 선고공판을 열 예정이다.
프랑스는 잇따른 대규모 테러 이후 2015년 11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지금까지 이를 다섯 차례 연장했다.
국가비상사태 아래에서 프랑스 수사당국은 법원의 영장 없이 테러와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이들에 대해 가택 수색, 가택 연금 등의 조처를 할 수 있으며, 국내 치안 유지에 군 병력도 동원할 수 있다.
법원의 승인을 얻지 않고도 경찰은 테러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모임을 해산하거나 참가 금지조치를 단행할 수 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의 이번 보고서는 프랑스의 새 정부가 국가비상사태의 연장을 추진하는 시점에 나왔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영국에서 맨체스터 폭탄테러가 일어난 직후 소집한 국가안보회의에서 오는 7월 15일 종료되는 현 국가비상사태를 11월 1일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의회에 요청하기로 했다.
프랑스 정부는 또 테러대응을 위해 국가비상사태가 아닌 평시에도 정보기관과 대(對)테러 당국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을 담은 새 법안도 마련할 방침이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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