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세르비아 당국이 아티페트 자야가 코소보 전 대통령의 입국을 막아 껄끄러운 양국 사이에 또 다시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
자야가 전 대통령은 당초 2일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예정된 인권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전날 양국 국경에서 석연찮은 이유로 입국이 불허됐다.
2011년부터 작년까지 코소보 대통령을 지낸 그는 세르비아 인권단체인 '인권을 위한 청년 행동'이라는 단체가 주도한 이날 행사에서 연사로 나서 1998∼1999년 코소보 전쟁 당시 벌어진 여성들을 상대로 한 고문과 강간 등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이었다.
자야가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방문 일정이 미리 공지됐음에도 불구하고,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입국이 불허됐다"며 세르비아 당국에 불만을 표현했다.
그는 이어 "코소보에서의 전쟁 범죄에 대한 진실을 인정하는 것이 양국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행사 주최 측은 "자야가 전 대통령에 대한 세르비아 입국 불허는 최고위급에서 이뤄진 정치적인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코소보 정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자야가 전 대통령의 입국이 불발된 것은 세르비아가 알바니아인들에게 저지른 억압적이고, 인종 청소와 결부된 과거와 직면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음을 극명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코소보 정부는 이어 "세르비아의 조치는 이동의 자유를 보장한 양국의 협정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유럽연합(EU)은 자야가 전 대통령의 세르비아 방문이 진행될 수 있도록 조속히 개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알바니아계 이슬람 교도가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코소보는 1990년대 말 옛 유고연방이 해체될 때 세르비아에서 분리 독립하려다 세르비아의 '인종청소'로 수 십 만 명의 사망자와 난민이 양산되는 참혹한 내전을 겪었다.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등이 세르비아를 공습하면서 1999년 내전이 끝나자 코소보는 유엔의 개입으로 세르비아와 평화협정을 맺었고, 2008년 독립을 선포했다.
현재 세계 100여개 국이 코소보를 독립된 국가로 인정하고 있으나, 세르비아와 러시아는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나란히 EU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세르비아와 코소보는 EU 가입을 위해서는 화해가 선행돼야 한다는 조건을 내건 EU의 중재에 따라 2011년부터 관계 정상화를 위한 회담을 시작했으나, 해묵은 갈등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고 있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