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시효 임박했는데…공정위 전원회의, 두 달째 '개점휴업'

입력 2017-06-04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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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시효 임박했는데…공정위 전원회의, 두 달째 '개점휴업'

4월 이후 구술회의 전무…새 위원장 임명 시기 따라 더 미뤄질 수도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의 최고 결정기구인 전원회의가 두 달째 열리지 않고 있다.

상정 안건 중에는 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사건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돼 공정위의 심의 시스템이 위원장 교체를 앞두고 사실상 정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관계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구술 안건을 다룬 공정위 전원회의는 지난 4월 19일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전원회의는 전원위원들 앞에서 공정위 심사관과 피심인(기업) 측이 서로 공방을 벌이며 진행되는 구술 안건 회의와 서면으로 서로 의견만 취합하는 서면 안건 회의로 나뉜다.

서면 안건 회의는 위원들이 심판정에 모이지 않아도 되지만 구술 안건 회의는 위원들이 직접 참석해야 한다. 의결은 재적 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이뤄진다.

전원회의에 상정되는 구술 안건은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거나 쟁점이 많은 사건이 대부분이다. 통상 한 달에 두 차례 정도 열린다.

하지만 지난 4월 19일 도이치은행과 BNP파리바은행의 담합에 과징금을 부과한 이후 서면 안건 회의만 두 차례 열렸을 뿐 구술 안건 회의는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당초 계획상으로는 지난달 말 구술 안건을 다루는 전원회의가 예정돼 있었지만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청문회 준비 등을 이유로 몇 주 전 돌연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상정 안건 중에 제재 시효가 임박한 안건도 포함됐다는 점이다.

공정위 사무처가 최근 전원회의에 상정한 카르텔 관련 안건은 다음 달 3일까지 제재를 결정해 피심인 측에 의결서를 전달해야 한다.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의 시효는 조사 개시일로부터 5년이며, 시효를 넘기면 과징금·시정명령 등의 제재가 불가능하다.

통상적으로 전원회의에서 의결되고 의결서를 작성하기까지 보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시간이 매우 촉박한 상황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새 위원장이 내정된 이후에 현직 위원장이 전원회의를 주재하지 않는 것이 통상적인 관례였다. 또 더 많은 위원이 참여할 수 있는 날로 회의 날짜를 조정하다보니 일자가 늦춰진 점도 있다"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새 위원장이 임명되고 나서 상정된 안건을 처리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김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 무산 등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하면 혼란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정위 전원회의의 '개점 휴업'은 외부 변수와 무관하게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하도록 한 위원회 체제의 취지를 공정위 스스로 간과한 결과라는 지적도 있다.

공정위가 다수 위원이 참여하는 대심제 시스템을 채택한 이유 중 하나는 일부 위원이 불참하더라도 정족수를 충족하면 사건을 심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인데 이런 취지가 무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 전원회의는 위원장·부위원장과 3명의 상임위원, 4명의 비상임위원 등 총 9명으로 구성돼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새 위원장 교체를 앞두고 현직 위원장이 업무를 제대로 보지 않는 것이 관행이라면 이것은 새 위원장에 예의라기보다는 지나친 '몸 낮추기'로 비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roc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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