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재정파탄으로 부상한 '돈주'…이젠 명실상부 경제핵심

입력 2017-06-04 05:01   수정 2017-06-04 06:55

北 재정파탄으로 부상한 '돈주'…이젠 명실상부 경제핵심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곽명일 기자 = 북한이 2014년 기업소법을 개정해 '돈주'(신흥부유층) 등 개인의 기업투자를 합법화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4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의 저서 '김정은 시대의 북한 경제: 사금융과 돈주'에 따르면 북한은 1995∼2002년 경제난으로 재정 규모가 축소돼 기업에 대한 국가의 재정자금 지원을 사실상 중단했다.

이후 기업에 대한 자금 보장의 책임이 국가재정에서 은행으로 전환됐으나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은 배급제 생활로 은행에 저금할 만한 여윳돈이 없었고,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은행에 돈을 맡겨도 찾을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북한의 화폐개혁은 은행에 대한 불신을 더욱 키우는 계기가 됐다.

이에 따라 자금 사정이 악화한 공장과 기업들은 독자적으로 생존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은행의 가장 기본 업무인 대출·송금·환전 등을 대행하는 돈주를 중심으로 한 불법 사금융에 많은 부분 의존하게 됐다.

돈주는 고리대금업을 비롯해 전당포 운영, 나아가 아파트 건설 등 각종 이권 사업에 투자해 여유 자금을 축적한 이들로, 전주(錢主·사업 밑천을 대는 사람)의 북한식 용어다. 재일 교포와 화교를 비롯한 무역 외화벌이 일꾼, 장사꾼, 밀수꾼 등 그 주체가 매우 다양하다.

2006년 기준으로 당시 평양 이북 지역에서 미화 1만달러 이상, 이남 지역에서 5천달러 정도를 보유하면 돈주에 속한다는 주장과 조사 결과가 있다. 11년이 지난 현재 북한에서 돈주를 구분하는 기준은 그 액수가 상향됐을 가능성이 크다.

돈주들의 존재와 행태는 북한에서 매우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 북한은 고리대금업을 비롯해 밀수업이나 전당포 등은 북한 정권이 자본주의 요소로 간주해 철저히 금지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2014년 11월부터 개인의 기업투자를 합법화함에 따라 돈주들이 이제는 명실상부 북한 경제의 핵심으로 자리를 잡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소법 개정 내용은 비록 북한이 공식적으로 개혁·개방을 선언하지 않았지만 결국 사적 경제 영역을 점차 확대하면서 계획경제의 틀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의 북한식 개혁·개방을 실현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북한에서 돈주들을 중심으로 퍼진 시장경제 요소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김정은 정권의 장악력을 약하게 하고 있다는 외신의 최근 분석 보도도 눈길을 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경제가 성장하면서 북한 정권의 사회 장악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통치 이래 경제성장률이 연 1∼5%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이는 경제제재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빠른 성장을 보이는 국가들의 성장률과 맞먹는 수치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은 잇단 시장경제 요소의 도입으로 통치력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NYT는 "계급이 없는 사회로 여겨지는 사회에서 시장의 힘을 제한적이나 포용하는 것은 김정은에게 도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redflag@yna.co.kr

nkfutur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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