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심재훈 특파원 = 중국의 6·4 톈안먼(天安門) 시위사태 28주년을 앞두고 중국은 여전히 '정치적 풍파'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반체제 인사 등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3일 홍콩 봉황망에 따르면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지난 세기 80년대에 일어난 '정치적 풍파'와 관련 문제에 대해 중국 정부는 일찌기 입장을 정한 상태"라고 밝혔다.
최근 희생자 유가족들로 구성된 '톈안먼 어머니회'가 톈안먼 사태의 재평가와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촉구한 것과 관련한 답변이었다.
화 대변인은 "이미 충분하게 최근 몇년간 중국의 발전상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여러 곳을 다녀보고 중국 사회의 곳곳에서 발생하는 적극적인 변화에 관심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이 사건을 '동란', '폭란' 등으로 지칭하다가 최근 들어 '정치적 풍파'로 규정하고 있다.
톈안먼 어머니회는 최근 국제 인권단체인 중국인권(HRIC) 성명을 통해 "남아있는 유족들의 한가지 소망은 6·4 사건이 재평가되고 무고하게 스러진 이들이 명예회복되는 것을 보고서 이를 영령에 알리고 싶다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단체는 지난 몇년 사이에 유족 48명이 세상을 떠나면서, 남아있는 유족들에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톈안먼 어머니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전문위원회를 설치해 톈안먼 사태의 진상을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조사한 다음 대외 공표하고 희생자배상법을 제정해 상응한 배상을 하는 한편 유혈진압 지시자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여전히 톈안먼 사건에 대한 논의를 금기시하며 재평가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중화권 매체에 따르면 사태 진원지인 톈안먼 광장 주변과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감시와 통제가 강화됐다. 베이징에선 반체제 인사 후자(胡佳)가 병중임에도 지난 2일 베이징을 떠날 것을 지시받았고 톈안먼 어머니회의 회원 장셴링(張先玲)도 지난달 31일부터 자신에 대한 감시가 시작됐다고 전했다.
관련 인사들이 대거 감시 통제를 받고 있어 톈안먼 사태를 기념하는 행사나 집회 개최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광저우(廣州)시에서도 공안당국이 최근 작가 리쉐원(黎學文·40)을 비롯한 외지 출신 반체제 인사 7명을 광저우에서 일시 추방하기도 했다.
인터넷에선 여전히 톈안먼 사태와 관련된 용어는 금지어로 지정돼 검색이 이뤄지지 않는다.
청두(成都)에서 제조된 바주류쓰(八酒六四)라는 톈안먼 사태 추모 기념주의 판매도 금지된 상태다.
중국은 매년 톈안먼 사태 기념일을 전후해 통제와 단속을 벌여왔지만 올해에는 지도부 개편이 이뤄지는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9차 당대회)를 앞두고 있어 단속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같은 중국 당국의 차단 조치와 무관심에 이 사건에 대한 기억이 중국인들의 뇌리에서 점차 사라져가고 있고 톈안먼 사태를 옹호하는 보루였던 홍콩에서도 변모가 생기고 있다.
홍콩 시민단체인 '홍콩 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지련회)가 톈안먼 사태를 추모하기 위해 벌였던 지난달 28일 거리행진에는 2008년 이후 9년만에 최저 수준인 1천명이 참가하는데 그쳤다.
홍콩대 민의연구소가 1천3명의 홍콩 시민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에서도 톈안먼 사태의 재평가를 지지하는 의견이 55%로 전년보다 4% 포인트 줄어든 반면 반대 의견은 27%로 전년보다 7% 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톈안먼 사태의 주축이었던 베이징 대학생들의 행동과 생각이 옳지 않았다는 답변은 22%로 1993년 조사가 실시된 이래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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