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소프트웨어-바이오 순으로 효과 반영될 것"
중소기업 소외 가능성…규제 완화·'선택과 집중' 필요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새 정부가 4차 산업혁명에 전방위 지원 의지를 밝히면서 관련 업종의 성장과 증시 수혜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이 아직 초기 단계임에도 글로벌 기업들의 주가가 이미 빠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종을 중심으로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고 봤다.
그러나 후발 분야 기업은 도태되거나 일부 선도기업의 '승자독식'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는지를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4차 산업혁명 수혜…'국내서 꿈틀'
4차 산업혁명은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물리학, 디지털, 생물학 등이 기존 영역의 경계를 넘어 융합하면서 나타나는 경제·사회 전반의 혁신적 변화를 의미한다.
인공지능(AI), 빅 데이터, 사물인터넷(IoT), 3D 프린팅, 로봇공학, 가상현실(VR) 등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핵심 기술로 꼽힌다.
4차 산업혁명은 기술력에서 앞선 미국 등 선진국 기업들을 중심으로 이미 증시에 반영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임상국 KB증권 연구원은 4일 "미국 증시의 상승 요인은 경기회복과 기업 실적 호조, 정책 효과로 요약될 수 있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이 시장을 리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애플과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등 미국 시가총액 상위 5개사는 올해 16∼36% 오르며 지수상승을 이끌었다.
임 연구원은 이들 기업이 4차 산업혁명과 관련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일부 선두 기업의 주가 흐름은 이미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이 되는 정보기술(IT)·반도체 관련 대표주인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의 경우 올해 들어서만 각각 27.5%, 67.8% 뛰었다.
이수정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선두 기업들의 주가는 선진국 기술주와 동반해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며 "글로벌 증시를 추종하는 우리나라 증시 특성상 4차 산업혁명 영향력은 이제부터 확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과거 3차 혁명에 따른 닷컴 버블 때도 강세 흐름이 반도체에서 시작해 인터넷·통신, 바이오테크로 확산했다"며 "4차 혁명 효과도 하드웨어-소프트웨어-바이오 순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 국내 반도체·통신서비스 '이미 경쟁력 갖춰'
국내에서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중·장기 수혜가 예상되는 분야는 이미 상승세가 뚜렷한 반도체와 사물인터넷(IoT), 5세대(5G) 이동통신으로 대표되는 통신서비스 등이 꼽힌다.
이들 업종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경쟁력을 인정받았거나 어느 정도 앞서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희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 4차 산업혁명 수혜 업종은 단연 반도체로 그 효과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며 "세계시장에서 경쟁 우위에 있는 국내 대형 반도체 업체와 관련 장비·소재 기업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3D 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을 장악한 삼성전자의 영향력이 중장기적으로 계속될 것"이라며 "4차산업 성장이 본격화되면 AI 컴퓨팅 성능 향상에 핵심 낸드 메모리의 중요성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4차 혁명의 기반이 되는 통신서비스도 경쟁력과 가능성을 동시에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정연우 대신증권 연구원은 "5G 통신은 4차 산업혁명의 인프라에 해당한다며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가상현실 등 미래 성장동력이 될 산업은 융합과 연결이 기본인 데다 빠른 속도로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통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국내에선 전 세계에 내세울 만한 초고속인터넷망을 갖췄고 평창올림픽을 통해 5G 기술을 먼저 시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상국 KB증권 연구원도 "빅 데이터를 모으는 데 필요한 반도체는 우리 기업이 최고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며 "반도체와 통신기술, 사물인터넷 같은 분야에서도 글로벌 흐름을 따라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글로벌 경쟁력 관건…'규제 완화·선택과 집중' 필요
그러나 인공지능이나 자율주행차, 3D 프린팅 등 기술 분야에선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과 시장 영향력을 갖추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문재인 대통령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정책 지원에 시동을 걸고 있지만 이미 많은 분야의 기술 수준이 뒤처져 따라잡기 어렵고 자칫 도태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정연우 연구원은 "4차 산업혁명 관련 첨단 기술은 선점 효과가 커서 후발 주자가 쫓아가기 쉽지 않다"며 "대표적인 분야가 클라우드 서비스로 핵심 기술과 시장을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 일부 글로벌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그는 "미국 대형 IT기업들은 4차 혁명의 기반이 되는 기술을 많이 확보해 자율주행차나 인공지능 관련 기술도 이미 활용 가능 단계에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어 이익을 볼 수 있을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상국 연구원도 "4차 혁명 기술의 국제 경쟁력과 실질적 성과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자율주행차나 드론, 3D 프린팅, 가상·증강현실 등에서 미국이나 일본, 독일은 물론 중국 기업과 비교해도 뒤처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의 수혜가 우리가 강점을 가진 업종의 일부 상위 대기업에 집중되고 중소기업이나 상대적으로 뒤떨어진 기술 분야 업체들은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사물인터넷, 통신서비스 분야에서의 선점 효과를 유지하면서 뒤처진 분야의 기술 수준을 따라잡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 규제 완화와 전략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새 정부가 지난 1일 열린 '4차산업 창업국가 조성방안' 분과별 합동 보고에서 꼭 필요한 것 외에 자유롭게 풀어주는 '네거티브 규제'와 총괄 콘트롤타워 마련 등을 제시한 것은 긍정적으로 봤다.
정연우 연구원은 "그동안 우리나라의 산업 관련 규제는 '무엇 무엇을 하지 말라'는 포지티브 규제였는데 '이것 빼고 다 하라'는 식의 네거티브 규제로 바뀌기만 해도 큰 힘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임상국 연구원은 "한국판 4차 산업혁명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시장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독보적 기술을 갖고 잘하는 분야를 더 키우고 뒤처진 분야는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등 다각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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