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영유권갈등보다 북핵문제 핵심의제로 부각한 때문
(서울=연합뉴스) 김권용 기자 = 아시아 최대 규모의 연례 안보 포럼인 '2017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 주요 참가국인 중국이 예년과 달리 참가 대표단의 격을 낮추고 기조연설에도 나서지 않아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3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은 전날 개막한 이번 아시아안보회의에 약 10여명의 군사과학연구원 관계자들만 파견했다.
중국이 샹그릴라 대화에 이처럼 격을 낮춰 대표단을 파견한 것은 4년만에 처음이다.
미국에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직접 참석해 주요 현안에 입장을 밝힌 것과 확연한 대조를 이루는 것으로, 쑨젠궈(孫建國) 중앙군사위원회 연합참모부 부참모장이 참석한 종전 사례와도 대비된다.
이와 관련해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업무 준비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얼버무리면서 구체적인 배경을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군 소식통들은 인민해방군 간부들이 건군 90주년 행사 등 국내 현안으로 바쁜 나머지 이번 회의에 직접 참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현재 진행 중인 군개혁 역시 회의 중량급 인사의 참석을 어렵게 한 요인으로 지목됐다.
올 가을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는 제19차 당대회를 앞둔 시기에 고위급 인사의 해외 방문이 여의치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 핵심 의제에서 멀어진 점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싱가포르국립대학의 첸 강 교수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 진정국면에 접어든 현재의 상황 역시 대표단 격하의 배경이 될 수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중국으로선 영유권 분쟁 상대국과 관련국가들의 공세에 직접 대응해야 할 만큼 압력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고개를 든다.
실제 중국은 과거 영유권 분쟁이 한창인 시기에는 고위급을 보내 아시아안보회의에서 주변국 군 관계자들과 의견을 교환하는 등 샹그릴라 대화를 적극 활용하는 전략적인 대응 태도를 보여왔다.
지난 2년간 이번 회의에 연속 참석했던 쑨 부참모장도 미국과 중국이 영향력 다툼을 벌이던 시기에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회원국들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며 이들과 관계 증진을 시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올해에는 북한의 핵실험 등 도발로 북한 핵문제가 회의 내내 핵심 의제로 다뤄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중국군의 고위급 간부가 직접 대응에 나설 필요 자체가 사라졌다.
남중국해에서의 공세적 행보로 주변국들로부터 압박을 받아온 중국으로선 핵심 현안인 영유권 분쟁이 뒷전으로 밀려난 만큼 굳이 고위급 인사를 파견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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