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손에 짐 묘지 없애자"…윤달맞아 파묘·화장 예약쇄도

입력 2017-06-05 07:07   수정 2017-06-05 09:38

"후손에 짐 묘지 없애자"…윤달맞아 파묘·화장 예약쇄도

윤달 시작 24일부터 내달 3일까지 지자체 화장시설 100% 예약

감시하는 신 없는 윤달 화장 수요 몰려…바뀌는 장묘문화 반영

(전국종합=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오는 24일 시작되는 3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윤달을 앞두고 벌써부터 화장시설 예약이 쇄도하고 있다.

손을 타지 않는 윤달을 맞아 묘지를 개장해 화장한 뒤 납골당에 안치하거나 자연장을 하려는 수요가 대거 몰려서다.

이 기회에 관리가 어려운 묘지를 없애 후손들의 수고를 덜어주려는 것으로, 장묘 문화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윤달은 '하늘과 땅을 감시하는 신이 없는 달'이어서 불경한 일을 해도 화를 면한다는 속설이 있다.

이 때문에 윤달에 무덤을 파 이장하거나 수의를 장만하는 오랜 풍습이 전해내려오고 있다.

3년에 한 달뿐인 이번 기회에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묘를 없애려는 수요가 급증, 전국의 화장시설이 벌써부터 바빠졌다.

청주시 장사시설 사업부가 운영하는 목련공원은 윤달이 시작하는 오는 24일부터 내달 3일까지 화장시설 예약이 100% 완료됐다.

이 공원묘지는 평소 총 6개 화로에서 하루 24회 가동한다. 윤달 기간(6월 24일∼7월 22일)에 개장 화장 수요가 급증하자 하루 42회로 75% 확대해 운영하기로 했다.

예약 기간은 기존 15일 전부터 시작했지만, 수요가 몰리는 윤달에는 30일 전부터 예약을 받았다.

목련공원 관계자는 "매일 자정 하루 단위로 윤달 기간 예약이 개시될 때마다 30분에서 1시간 만에 모두 완료된다"면서 "추가 예약이 가능한지 묻는 전화만 하루 20∼30통에 달한다"고 전했다.

경기 고양시에 있는 서울시립승화원도 윤달 기간 개장 화장을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3일 기준 이 시설에서는 하루 총 41건 개장 화장 내달 3일까지의 예약이 끝났다.




인천가족공원 화장시설도 오는 24일부터 내달 3일 사이 개장 화장을 하려면 대기 예약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는 개장 화장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전국 58개 화장시설 윤달 예약 기간을 15일 전에서 30일 전으로 연장했다.

이들 화장시설은 윤달 기간 예비 화장로를 추가 가동하고 운영시간을 연장해 화장 횟수가 일평균 1∼6회에서 2∼8회로 늘렸다.

청주시 장사시설 사업부 관계자는 "관리가 힘든 무덤을 없애려는 사람이 최근에는 늘고 있는 추세였는데, 여기에 윤달까지 겹치면서 개장 화장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윤달은 음력에서 계절과 어긋나는 것을 막기 위해 끼워 넣는 여벌 달이다.

음력은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돌면서 초승달·상현달·보름달·하현달·그믐달로 변하는 주기, 즉 약 29.5305일을 한 달로 본다.

음력에서는 29일 달과 30일 달로 날짜와 달의 모양을 맞춘다. 우수리 0.0305일은 33개월간 모았다가 29일인 달에 하루를 더한다.

이렇게 하면 1년 날짜 수가 354일밖에 되지 않아 매년 양력과 약 11일의 차이가 발생한다.

이 오차를 줄이려고 2∼3년에 한 번씩 윤달을 두는 것이다.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윤달은 2014년 9월이었고, 다음 윤달은 2020년 4월이다.




김일권 한국학중앙연구원 민속학과 교수는 "조선시대 풍속을 정리한 책인 '동국세시기' 등에 보면 윤달에 이장하는 문화가 기록돼 있다"면서 "풍수지리, 도교 사상 등에 영향을 받은 풍속이 현대까지 전해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logo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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