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에 '극약 처방'…매장 축소·영업시간 단축
경영권 포기·입찰 유찰…'사업권=대박' 환상 깨져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직격탄을 맞은 면세점업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이 급격히 줄어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 데 더해 규제 강화 움직임까지 나타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며 특허 획득을 위한 대기업간 혈투가 벌어졌지만, 이제는 구조조정 가능성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 매출 급감…신규 면세점 타격 심각

4일 업계에 따르면 연이은 신규면세점 개장으로 경쟁이 심해진 상황에서 중국의 '한국 관광 금지령'으로 면세점 매출은 급감했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4월 이후 중국인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40%가량 줄면서 전체 매출도 약 25% 감소했다.
단체관광객 비중이 높은 신규면세점들의 경우 타격이 더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점업계는 동남아시아 고객 유치 등 고객 다변화와 해외 시장 진출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던 중국인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급기야 영업시간 단축, 영업면적 축소 등의 '극약 처방'까지 나왔다.
국내 최초 심야면세점을 내세우며 일부 매장을 오전 2시까지 영업하던 두타면세점은 지난해 12월부터 영업 종료 시각을 자정까지로 일원화했다.
최근에는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방문객이 급감하자 문 닫는 시각을 오후 11시까지로 1시간 더 앞당겼다.
두타면세점은 영업 층수도 9개 층에서 7개 층으로 줄이는 작업을 마치고 지난 1일 재개장했다.
해외 명품 브랜드 입점해 대비해 비워뒀던 공간을 정리해 고객 동선을 효율화했다고 두타면세점 측은 설명했다.
적자가 쌓이는데 명품 브랜드 유치도 여의치 않자 매장 구조조정에 나섰다.
SM면세점도 매장 면적을 축소했다.
SM면세점은 애초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까지 6개층 매장을 운영했지만 2개층을 줄여 지상 1∼4층만 면세점으로 쓴다.
역시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한화갤러리아는 면세점사업 적자로 비상경영 중이다.
올해 1월부터 임원은 연봉 10%를 자진 반납했으며, 2월부터는 부장과 차장급 등 중간관리자들이 상여금 100% 자진반납에 들어갔다.
작년까지만 해도 면세점 특허를 따기 위해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달려들었다.
그러나 불과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일부 면세점의 특허 반납이나 매각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현실이다.
◇ 특허수수료율 인상…의무휴업 실시 등 규제 법안 발의돼
면세점 경영권을 포기하는 경우도 나왔다.
호텔신라는 2013년 매입한 동화면세점 지분에 대해 매도청구권(풋옵션)을 행사했지만, 동화면세점 최대주주인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은 주식을 재매입하지 않고 담보 지분을 호텔신라에 귀속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계약에 따라 과반수 지분을 넘기겠다는 동화면세점 측 주장을 호텔신라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양측의 대립은 법적분쟁으로 확대됐다.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면세점 DF3 구역 사업자 선정 입찰은 세 번째, 네 번째 입찰에서 10%씩 임대료를 낮췄지만 또다시 유찰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첫 입찰 때보다 임대료를 30% 낮추고 면적도 줄여 다섯번째 입찰 공고를 냈다.
면세점 사업권이 곧 '대박'이라는 환상이 깨졌음을 드러내는 사례들이다.
업계 입장에서는 설상가상으로 규제 강화 움직임도 일고 있다.
국회에는 독과점을 막기 위해 면세점 특허 심사 시 시장지배적 사업자에게 감점을 주는 법안, 면세점도 대형마트와 같이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을 실시하는 법안 등이 발의된 상태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골목상권 보호가 강조되면서 대형유통시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분위기에서 면세점도 영향을 받을까 업계는 노심초사하고 있다.
면세점사업 특혜 의혹에 대한 감사 결과도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다.
국회는 2015년 면세점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제기된 특혜 의혹과 지난해 면세점 사업자 추가 선정방침 결정 과정 등에 대한 감사를 요구했으며, 감사원의 결과 발표가 임박한 상황이다.
또한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2월 면세점 특허수수료율을 현행 매출액 대비 0.05%에서 매출액 규모별 0.1∼1.0%로 최대 20배 인상하는 관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면세점사업은 외국인 매출 비중이 높은 사실상 수출산업인데 그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규제가 강화될까 우려스럽다"며 "가뜩이나 사드 사태로 어려운데 특허주기 연장 등은 이뤄지지 않고 악재만 가득하다"고 말했다.
doub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