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분쟁 씨앗 된 '6일 전쟁' 50주년…지금도 총성 없는 전쟁

입력 2017-06-04 08:00  

중동분쟁 씨앗 된 '6일 전쟁' 50주년…지금도 총성 없는 전쟁

이스라엘 점령지 내 정착촌 확장 속 이-팔 갈등 지속·심화

예루살렘 지위·2국가 해법 놓고 마찰도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이스라엘이 주변을 둘러싼 아랍권 국가들에 패배를 안겨 중동 분쟁 씨앗의 토대가 된 1967년 3차 중동전쟁이 오는 5일로 발발 50주년이 된다.

전쟁이 6일간 이어져 '6일 전쟁'으로도 불리는 3차 중동전은 오늘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지역에서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는 중동 분쟁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중동 현대사에서 정치적, 지정학적 대변동을 초래한 3차 중동전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스라엘과 아랍권 국가 간 '총성 없는 전쟁'으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 이스라엘이 이 전쟁 후 이집트와 요르단, 시리아 등 아랍권 국가들의 영토를 빼앗으면서 아랍권과 적대적 관계를 확고히 했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이스라엘은 이 전쟁에서 아랍 국가들에 압승을 거둔 뒤 요르단 강 서안 지역과 가자지구, 동예루살렘, 시리아 골란고원, 이집트 시나이반도를 장악했다.

골란고원 일부와 동예루살렘은 유엔 등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이스라엘에 강제 병합됐고 서안은 지금도 이스라엘에 점령된 상태다. 가자지구는 50년째 이스라엘군에 봉쇄돼 있다.

이스라엘은 골란고원엔 군병력과 검문소를 배치한 채 이 일대를 실질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3차 중동전의 포문은 이스라엘이 1967년 6월 5일 먼저 열었다는 게 역사학자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건국 후 채 20년이 되지 않았던 신생국가 이스라엘은 이날 새벽 자국의 존립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이집트, 시리아, 요르단 등 아랍연합국을 선제공격했다.

이날 저녁까지 파괴된 이집트 공군기는 약 300대에 달했다.

이스라엘군은 동시에 이집트와 함께 이스라엘에 전쟁을 선포한 요르단, 시리아 등의 비행장들을 공습해 약 100대의 전투기들을 초토화했다.

이스라엘은 사실상 전쟁 첫날 이 일대의 제공권을 완벽히 장악했다. 이스라엘 공군기의 피해는 19기에 불과했다.

선제 기습공격으로 기선을 잡은 이스라엘군은 지상전에서도 거침이 없었다.

이스라엘 동쪽으로 8일 요르단에 있는 예루살렘을 점령해 '통곡의 벽' 앞에서 감사 기도를 올렸고 서안과 가자지구를 장악했다. 북쪽으로는 골란고원에서 시리아군을 몰아냈다.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 영토에 동시에 진격해 2만700㎢에 불과하던 영토를 순식간에 6만8천600㎢로 늘려 놓았다.

이스라엘의 기습으로 허를 찔린 아랍연합군의 주축인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는 단일대오를 형성하지 못했다.

이라크와 쿠웨이트, 수단, 사우디아라비아 등도 아랍연합군을 지지했지만, 이스라엘군의 파죽지세를 막지 못했다.

아랍권 국가들은 이렇다 할 역습도 가하지 못한 채 각자 따로 군사 작전을 펼치며 분열된 모습을 보였다.

결국, 요르단과 이집트, 시리아 등 세 나라가 국제사회의 중재 아래 차례로 휴전을 받아들이면서 전쟁은 발발 6일 만에 종료됐다.

이 전쟁은 불과 6일 만에 끝났지만, 이는 지금도 이어지는 '총성 없는 전쟁'의 또 다른 시작이었다.

이스라엘의 점령을 거부하는 원주민인 팔레스타인인들이 목숨 건 저항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역시 점령지 철수를 통한 팔레스타인은 물론 주변 아랍권 국가와 평화 공존을 모색하기보다는 점령·강제 합병 정책을 밀고 나가면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아랍국들의 단결을 부추겨 긴장이 고조된 끝에 1973년 4차 중동전이 터졌고, 삶의 터전을 잃고 쫓겨난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과 유대인을 상대로 계속해서 공격을 가했다.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외교적으로 고립된 상태다.

3차 중동전 후 지속한 이스라엘의 점령 정책은 중동 분쟁의 해결을 요원하게 만드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967년 11월 결의안 242호를 채택, 이스라엘이 3차 중동전 때 점령한 아랍 국가들 영토에서 철수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국제법 효력을 지닌 안보리 결의안을 지금까지 무시하고 있다.

이는 팔레스타인과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점령 정책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배경이 됐다.

이스라엘은 1978년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평화협정을 맺은 이집트에 시나이 반도를 반환했을 뿐이다.

이스라엘은 2005년 정착촌과 군대를 일방적으로 철수한 가자지구를 포함한 나머지 점령지에서는 불법적인 지배와 통제. 봉쇄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은 서안과 가자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의 잠정자치 허용을 골자로 하는 오슬로 협정을 1993년 체결하고도 정착촌 확장과 분리장벽 건설 등으로 일부 점령지를 자국의 영토로 만들기 위한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정착촌을 지은 곳에 유대인들을 지속해서 이주시키면서 팔레스타인인들과의 뿌리 깊은 갈등은 더욱 커졌다.

이스라엘은 50년간 강점한 서안과 동예루살렘, 골란지역 등지에 정착촌 200개 이상을 건설해 유대인 60만여 명을 이주시켰다.

현재 서안에 가장 많은 135개 정착촌이 건설돼 이스라엘인 38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동예루살렘에도 이스라엘인 20만명이 살고 있다.

이스라엘은 정착촌 주택 건설 추진 이유에 대해 대외적으로는 안보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

이스라엘은 예루살렘을 영구적인 수도로 만들기 위한 시도도 지속하고 있다.

미국 정부에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라고 요구하고 동예루살렘에 정착촌을 계속해서 짓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 내부와 그 주변의 서안 지역에 정착촌을 집중적으로 건설한 점으로 미뤄 예루살렘의 지리적 영역을 확장하고 인구 비율상 유대인의 우위를 확보해 향후 정치적·국제적 논쟁 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당연히 팔레스타인은 반발하며 현재 교착 상태에 빠진 이-팔 평화협상 재개 조건으로 정착촌 중단을 제시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3차 중동전 발발 이전의 국경을 기준 삼아 예루살렘을 수도로 하고 서안과 가자지구를 영토로 하는 독립국가 건설을 갈망하고 있다.

이를 위해 팔레스타인인은 국제사회에 이-팔 평화 공존 방안을 기반으로 한 '2국가 해법'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국제사회가 지지하는 '2국가 해법'에 모호한 입장을 밝히며 팔레스타인인들의 꿈을 수용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은 오히려 우호세력인 미국의 전폭적인 후원 아래 50년간 점령한 땅에서 일어나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시위 행위를 무력 진압하거나 점령지의 반환을 요구하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인 하마스를 테러 단체로 지정했다.

이스라엘은 또 골란고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시리아의 요구도 무시해 왔다.

이스라엘은 3차 중동전을 계기로 점령국으로의 이미지가 부각되자 이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행보도 보인다.

그 예로 이스라엘 정부는 '점령지'라는 표현 사용을 꺼리는 대신 '분쟁 지역'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이스라엘의 저명한 역사학자인 톰 세게브는 "6일 전쟁은 실질적으로 끝나지 않았다"며 "그 전쟁 7일째는 지난 50년간 지속해 왔다. 그 전쟁은 우리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매일, 매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에 말했다.









gogo21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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