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계망서 비난 폭주…빌 마어 결국 '사과'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종우 특파원 = 미국의 유명 토크쇼 진행자이자 코미디언 빌 마어가 미국에서 금지된 인종차별 용어를 사용해 물의를 빚고 있다.
3일(현지시간) NBC 등에 따르면 마어는 전날 HBO의 '리얼타임 위드 빌 마어'(Real Time with Bill Maher)에서 벤 사스(네브래스카·공화) 연방 상원의원과 대화를 나누던 중 흑인을 비하하는 용어를 썼다.
사스 의원이 마어에게 네브래스카 방문을 요청하면서 "당신은 네브래스카에서 환영받을 것이다. 우리는 당신과 현장에서(in the field) 함께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마어는 농담조로 "현장에서 일한다는 것이냐"면서 "내가 흑인 하인(house nigger)인 줄 아느냐"고 답했다.
마어가 이 용어를 사용하자 객석에서는 잠깐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지만, 사스 의원을 비롯해 청중 대부분은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방송이 나가자 트위터를 비롯한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서는 마어를 질타하는 글이 폭주했다. 일부는 마어의 토크쇼를 차제에 폐지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적지 않았다.
사스 의원도 트위터를 통해 "나는 언론 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 1조의 신봉자이지만 표현의 자유에는 책임이 따라야 한다"면서 "마어의 발언은 대단히 경솔했으며 현장에서 이를 즉각 비판하지 않은 게 통탄스럽다"고 했다.
그는 "코미디언들은 종종 선을 넘어서는 경우가 있다"면서 "마어가 사용한 흑인 비하 표현은 인간 존엄성을 모욕한 것이며 이는 미국의 신념을 짓밟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태가 확산되자 쿠엔틴 샤퍼 HBO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마어의 언급은 용서할 수 없는 망언"이라며 "그의 모욕적인 언급은 앞으로 방송에서 배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어도 이날 사과 성명을 내고 "어젯밤 토크쇼에서 내가 매우 공격적인 용어를 사용한 것을 후회한다"면서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마어의 부적절한 언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마어는 지난 2003년 ABC 방송의 토크쇼를 진행하면서 한 게스트의 "9·11 테러범들은 겁쟁이가 아니다"라는 말에 동의했다가 토크쇼에서 중도 하차한 전력이 있다.
마어는 또 지난 2015년 4월 박진영의 신곡 '어머님이 누구니'를 언급하다가 "한국에서 엉덩이를 노래한 가수의 뮤직비디오에 나온 모델들이 큰 엉덩이라고 하기엔 작다. 진짜 엉덩이를 보려면 미국으로 오라"고 해 화제가 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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