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강원 동해안서 20대 형제 2명 사망·4명 구조
매년 20∼40회·휩쓸리면 속수무책…섣부른 물놀이·낚시 '주의'
(동해=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지난 3일 강원 동해안에서 발생한 2m 내외의 높은 너울성 파도에 휩쓸려 바다에서 물놀이하던 20대 형제가 숨졌다.
또 다른 물놀이객과 낚시객 등 4명도 너울성 파도에 휩쓸렸으나 겨우 목숨을 건졌다.
해경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 2분께 망상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즐기던 김모(25)씨와 동생(23), 박모(21)씨 등 세 사람은 너울성 파도에 휩쓸렸다.
이를 발견한 시민들이 구조에 도움이 될만한 물건을 던졌으나 파도가 높아 쉽지 않았다.
시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원들이 사고 발생 10여 분만에 해수욕장 앞 해상 100m 지점에서 세 사람을 구조했다.
김씨 형제는 호흡과 맥박이 없어 119구조대가 심폐소생술을 하며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숨졌다. 박씨는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특히 김씨 형제는 이날 울산에서 동해로 가족들과 함께 여행 와 망상해수욕장을 찾았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보다 앞선 오후 4시 22분께 속초 영랑동에서는 방파제 낚시를 하던 이모(41·경기 의정부)씨가 너울성 파도에 휩쓸려 바다에 빠졌다.
이씨는 속수무책으로 약 50m를 떠내려갔다. 이를 발견한 관광객 박모(41·강원 춘천)씨가 방파제 인근에 놓인 구명환을 들고 뛰어들어갔다.
지체 없이 바다에 뛰어든 박씨는 119구조대가 오기 전까지 이씨와 함께 구명환에 의지했고, 20여 분만에 구조돼 목숨을 건졌다.
이날 오전 10시께 고성 천진해수욕장에서는 물놀이하던 김모(27·경북 경산)씨와 백모(25·서울)씨가 너울성 파도에 휩쓸렸으나 30분 만에 자력으로 빠져나와 큰 화를 면했다.
너울성 파도는 국부적인 저기압이나 태풍 중심 등 기상현상에 의해 해면이 상승해 만들어지는 큰 물결이다.
바람을 동반한 일반 파도와 달리 바람이 불지 않아도 큰 파도가 발생하는 데다 쉽게 눈에 띄지도 않는다.
바람이 잔잔하다가 갑작스럽게 파도가 춤을 추듯 날아올라 방파제와 해안가로 밀려들어 단단한 방파제와 해안 구조물을 부술 듯이 때린다.
특히 방파제와 해안 구조물에 부딪히면 위력은 수십 배 커진다.
물놀이객은 물론 해안가를 걷는 관광객도 속수무책으로 휩쓸릴 수밖에 없다.
3m 높이의 너울은 단위 면적당 1.5t의 힘이 작용할 정도로 매우 강력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훈련으로 단련된 해경 특공대원 2명의 목숨을 앗아갈 정도로 너울성 파도의 힘은 강력하다.
너울성 파도는 강원 동해안에서만 2014년 22일, 2015년 42일, 2016년 45일 발생해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해경은 너울성 파도는 발생 예측이 어려운 데다 해수욕장이 개장 전인 탓에 안전요원이 없어 섣부른 물놀이나 방파제 낚시 등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일부 해수욕장에는 개장 전 물놀이를 조심해야 한다는 플래카드를 내걸어 주의를 당부하지만, 무더위를 식히고자 아무런 준비 없이 바다에 뛰어드는 피서객이 많아서다.
해경이 해변 순찰활동과 안전관리 등 사고예방 활동을 하지만 역부족이다.
동해해경 관계자는 "파도가 높으면 해안가 출입을 절대 삼가는 등 시민 협조가 절실하다"며 "사고를 목격하면 119로 신속히 신고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강원지방기상청은 5일까지 동해안에 너울로 인한 높은 물결이 방파제나 해안도로를 넘을 것으로 예보했다.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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