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측근이자 참여정부 참모들 1기 靑·내각 안들어가…'양정철 효과'
"대통령에 부담주면 안돼" 각자가 고사…"임기내 어떤 식으로든 기용" 관측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김승욱 기자 =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핵심 참모들이 문재인 정부에서 잇따라 2선으로 물러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에 누구보다 크게 기여했지만 문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백의종군하는 모양새다.
참여정부 외교·안보 정책의 핵심이었던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은 항간의 예측과 달리 새 정부 초기에 중책을 맡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비서관은 이번 대선에서 선대위 안보상황단 부단장을 맡으며 단장이었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새 정부 외교·안보 정책의 밑그림을 그렸고 미국 특사단에도 포함됐기에 어떤 형태로든 중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그는 청와대 안보실 1차장이나 국가정보원 차장에 꾸준히 거론됐고, 외교부 장관까지도 맡을 수 있다는 말들이 정치권 안팎에서 흘러나왔었다. 물론 국방개혁 드라이브를 위해 지금도 국방차관 가능성을 거론하는 사람들도 있다.
'노무현의 필사'였던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도 문 대통령의 잇단 러브콜을 고사하고 외곽에 머물기로 최근 결론 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취임사인 '국민께 드리는 말씀' 작성 작업에 참여하는 등 대선 때부터 문 대통령 메시지에 깊숙이 관여해왔다.
윤 전 대변인은 노 전 대통령 평전 작업에 몰두하고자 새 정부 직책을 맡지 않겠다고 애초부터 의사를 전달했고, 문 대통령은 윤 전 대변인에게 운신의 폭이 상대적으로 넓은 대통령 홍보특보 자리를 제안했지만 이마저도 사양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여정부 핵심 인사들의 잇단 2선 후퇴는 문 대통령의 '복심'인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뉴질랜드 행(行)을 택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패권주의 논란을 불식하고 문 대통령에게 협치와 통합의 공간을 넓혀주기 위해 측근들이 일제히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참여정부 때 노무현 대통령과 가까웠던 측근들은 정권교체 기여도나 능력과 무관하게 초기 인선에서 배제하기로 했다"며 "측근 스스로 이런 방침을 정해 자리를 고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3철'로 불렸던 이호철 전 민정수석도 대선 직후 어떤 공직도 맡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 출국했고, 참여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냈던 전해철 의원도 법무장관 후보로 거론됐지만 이런 기조에 따라 후보군에서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참여정부 때 청와대 인사수석을 했던 박남춘 의원 역시 행정자치부 또는 해양수산부 장관 물망에 올랐지만 문 대통령은 다른 인물을 발탁했다. 박 의원은 대선 직후 "우리의 꿈은 정권교체를 이루는 것이었고 대통령과 가깝게 지냈다는 이유로 자리를 차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이 문 대통령의 의중을 누구보다 잘 알고 새 정부 성공을 위한 정책을 구현할 적임자라는 점에서 언젠가는 중용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문 대통령이 집권 초기 탕평과 통합 기조에 따라 인위적으로 이들을 배제했더라도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구원투수로 기용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한 여권 인사는 "대통령이 측근들을 배제했다고 해서 이들을 앞으로도 쓰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며 "참여정부 핵심 참모라든지 문 대통령 측근이라는 점을 떠나 능력을 봤을 때 문 대통령이 이들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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