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최민철·박인권, 나흘 내내 선두권 눈길
(천안=연합뉴스) 권훈 기자= 골프 영화 '틴컵'은 US오픈에 예선을 거쳐 출전한 로리 맥보이의 분투를 그렸다. 그는 우승 문턱까지 다다랐지만, 최종 라운드 승부처에서 고집스러운 플레이를 펼치다 좌절한다.
맥보이는 시골에 묻혀 사는 레슨 프로였다. 그런 맥보이가 미국 메이저대회 최고봉인 US오픈에 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예선이라는 제도 덕분이다.
US오픈 출전 선수 156명 가운데 20여 명은 예선을 통해 뽑는다.
잘 나가는 선수는 대개 출전권을 보장받기에 예선은 무명 선수들의 무대다.
예선을 거쳐 올라온 선수가 정상에 오르는 일이 드문 이유다. 우승은 커녕 컷 통과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US오픈 116년 역사에서 예선을 거쳐 출전한 선수가 우승한 것은 딱 두번 뿐이었다. 그나마 둘 다 한때 잘 나갔던 선수였다. 그리고 1969년 이후엔 예선 거친 우승자는 없다.
코오롱 한국오픈 골프선수권대회는 예선 제도를 2014년부터 도입해 올해 3년째다.
올해는 561명이 예선을 치러 27명이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예선을 거친 출전자들이 맥을 추지 못하는 US오픈과 달리 올해 한국오픈에서는 예선을 통과한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예선 통과자 27명 가운데 12명이 컷을 통과했다.
게다가 2명은 나흘 내내 선두권에서 우승 경쟁을 벌였다
박인권(31)은 예선 덕에 인생 역전의 불씨를 댕겼다. 2005년 프로가 됐지만 작년까지 한국프로골프투어(KGT) 대회에 단 한번 밖에 출전하지 못한 그는 예선전 2위로 한국오픈 출전 기회를 잡았다.
박인권은 1, 2라운드에서 이틀 연속 언더파 스코어를 적어내 공동5위로 반환점을 돌았고 3라운드에서는 2타차 공동2위로 올라서 난생 처음 최종 라운드 챔피언조에서 경기했다.
공동10위로 대회를 마무리한 박인권은 비록 예선 거친 챔피언이라는 기적은 이루지 못했지만 나흘 내내 '무명 돌풍'의 주역이었다.
공동6위에 오른 최민철(29)도 예선 관문을 거쳤지만 상위권 성적으로 눈길을 끌었다.
첫날과 둘째날 공동3위로 깜짝 활약을 펼친 최민철은 3라운드에서 박인권과 함께 공동2위에 이름을 올렸다.
둘은 이번 한국오픈 상위권 입상으로 적지 않은 상금을 받았다.
한 시즌에 수억원의 거액을 버는 정상급 선수들 수입에 비하면 초라하지만 투어 대회 출전 기회조차 많지 않은 이들에게는 가뭄에 단비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보상은 포기하지 않으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살렸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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