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류인플루엔자(AI) 의심 사례가 잇따라 신고돼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공교롭게도 정부는 AI 신고가 두 달간 들어오지 않자 지난 1일 특별방역대책 기간을 끝내고 평시 방역체계로 전환했다. 지난 겨울의 충격에서 이제 겨우 벗어나는가 싶었는데 다시 AI 공격을 받게 된 셈이다. 지난해 겨울에서 올해 봄까지 나온 AI 확진 판정은 모두 383건이다. 이 기간 닭, 오리 등 가금류 3천787만 마리를 살처분했다. AI 바이러스는 높은 기온과 습도에 잘 견디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겨울이나 이른 봄에 생기는 게 보통인데 이번엔 초여름에 발생했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을 보면 여러 가지로 조짐이 좋지 않다. 방역 당국의 강력한 대응이 시급하다.
농림식품부에 따르면 닭·오리 6천 마리를 사육하는 부산 기장군의 축산농가에 대해 AI 간이검사를 한 결과 4일 일부 양성반응이 나왔다. 지난달 27일 군산시 서수면 종계농장에서 650여 마리의 오골계를 사 왔는데 이 중 일부가 폐사했다고 한다. 2일에는 제주시 애월읍의 작은 토종닭 농가에서 AI 의심 신고가 들어왔다. 농가 주인은 시장에서 오골계 다섯 마리를 사 왔는데 29∼30일 모두 폐사했다. 경로를 추적한 결과 이 오골계도 지난달 27일 군산의 같은 종계농장에서 공급한 것이라고 한다. 군산의 이 종계농장은 부산, 제주 외에 경기 파주, 경남 양산 등에도 3천 마리가량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이 군산, 제주, 파주, 양산 등 4개 시군, 19개 농장의 가금류를 살처분한 뒤 조사한 결과 파주와 양산의 2개 농장에서도 AI 양성반응이 확인됐다.
농식품부는 5일부터 전국 전통시장과 가든형 식당의 생닭 거래를 전면 금지했다. 해제 하루 만에 '주의'로 올렸던 방역체계도 4일부터 '경계'로 격상했는데 최고 등급인 '심각'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번 AI의 진원지로 지목된 군산 종계장의 가금류가 중간 유통상을 거쳐 팔린 경우 최종 구매자 파악이 어렵다. 실제로 제주 애월읍의 축산농가는 재래시장의 중간 유통상한테 사온 오골계가 모두 폐사했는데도 나흘이나 지나서 당국에 신고했다. 전파력이 강한 AI가 그동안 얼마나 많이, 얼마나 멀리 퍼져나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번 AI가 고병원성인지는 5일 발표될 예정이다. AI 확산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의심이 가는 유통경로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초기 확산의 길목을 차단할 수 있다. 전례 없이 여름에 발생한 원인도 철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방역 당국은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 초기 확산차단에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