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농가들 'AI 의심사례' 신고 안해…지난달 29일부터 발생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제주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의심사례가 발생했으나 농가들이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4일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3시께 제주시 이호동에 사는 A씨가 시장에서 사 온 오골계 3마리가 이유 없이 폐사했다며 제주시 축산과로 신고했다.
제주시 축산과는 곧바로 폐사체를 수거해 제주도동물위생시험소에 검사를 의뢰했다. 검사 결과 고병원성 AI가 의심되자 동물위생시험소는 농림축산검역본부로 정밀검사를 의뢰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지난 3일 오후 제주에서 수거한 검체에서 고병원성 가능성이 큰 'H5N8'형의 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최종 결과는 5일 발표할 예정이다.
그런데 A씨에게 오골계를 팔았던 농장에서는 이미 집단폐사가 발생했으나 이를 숨기고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 신고하지 않았다.
제주시 애월읍 고성리에 있는 S농장에서는 지난달 29일부터 매일 오골계가 집단 폐사했다. 이들 오골계는 같은 달 26일 전북 군산 서수면에 있는 종계장에서 사온 것이다.
지난 3일 AI 의심사례가 불거져 이 농장의 가금류를 모두 살처분할 당시 군산에서 사 온 오골계 중 100마리만 남아 있었다.
S농장은 60여 마리를 오일시장에서 팔았고, 그 가운데 5마리를 A씨가 사간 것으로 확인됐다.
S농장과 같은 날 같은 종계장에서 오골계 500마리를 들여온 제주시 애월읍 상귀리 B농장에서도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 하루에 80∼90마리의 오골계가 폐사했다.
이들 농장은 하루에 수십 마리의 오골계가 집단 폐사하자 군산 종계장으로 연락했고, 그 종계장에서 다른 질병일 수도 있다는 말까지들었던 것으로 파악됐으나 방역 당국에는 신고하지 않았다.
이들 농장은 160여 마리의 오골계를 시장에 내다 팔았다고 하지만 정확한 숫자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도는 최근에 오일장 등에서 오골계를 산 경험이 있으면 신고해달라고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도민에게 발송했다. 현재까지 이틀 동안 20여 명이 신고했다.
도와 농림축산검역본부 역학조사반은 이들 농장이 오골계 등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진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오일시장과 신고자 등을 대상으로 정확한 유통 경로를 조사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이들 농장으로부터 산 오골계들이 폐사한 곳이 또 있다면 다시 그 지점을 중심으로 방역대를 설정하고 대대적인 살처분 작업을 벌여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농장주들이 선박 수송으로 인한 스트레스 등으로 폐사한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하지만 엄연히 법 규정을 어긴 것"이라며 "철저히 조사해 법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B농장 관계자는 "정부에서 AI 종식을 선언하고 이동제한 조치를 풀어줬기 때문에 군산에서 들여온 것이고, 제주항 검역소에서도 통과시켜줘서 AI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며 "구입처에 물어보고 그쪽에서 알려준 약제처방도 다 했는데 알고 있으면서도 일부러 숨기려고 했던 것은 결코 아니다"고 해명했다.
가축전염병 예방법에서는 전염병 의심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kh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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