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쓴맛' 로맥·브리검, 대체 용병으로 한국서 맹활약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일본프로야구를 경험한 외국인 선수는 KBO리그에서 여전히 매력적이다. 시즌 중 바꾸는 대체 외국인 선수라면 더욱 그렇다.
10개 구단 중 SK 와이번스, 넥센 히어로즈, 롯데 자이언츠, kt wiz 4개 구단은 애초 계약한 외국인 선수를 퇴출하고 새 선수를 데려왔다.
SK는 지난달 초 어깨 통증을 지속해서 호소한 타자 대니 워스 대신 캐나다 국가대표 출신 제이미 로맥(32)을 총액 45만 달러에 영입했다.
넥센도 '먹튀' 션 오설리반을 보내고 우완 투수 제이크 브리검(29)과 총액 45만 달러에 계약했다.
롯데는 정규리그 개막 직전 파커 마켈 대신 좌완 투수 닉 애디튼(30)으로 부랴부랴 로스터를 채웠다. kt는 1할대 빈타에 허덕이던 조니 모넬(31)을 퇴출하고 새 외국인 선수를 기다린다.
지난해 일본프로야구에서 뛴 공통점을 지닌 로맥과 브리검은 뒤늦은 출발에도 이미 KBO리그에 뿌리를 내린 외국인 선수에게 버금가는 성적을 내고 있다.
로맥은 괴력의 홈런포로 일약 '홈런공장' SK의 관리자급 지위를 꿰찼다.
홈런 1위 최정(18개)이 '공장장'이라면 2위 한동민(16개)은 바로 밑 부장급이다. 김동엽(13개)과 로맥(11개)은 차장급쯤 된다.
동료보다 절반 이상 적은 22경기만 출전하고도 로맥은 2경기당 하나꼴로 홈런을 터뜨렸다.
타격 자세가 무너진 상황에서도 힘으로 끝까지 퍼 올려 엄청난 비거리의 홈런을 양산한다.
올 시즌 세 번이나 연타석 홈런을 쳤을 정도로 몰아치기에도 능하다. 이 페이스라면 '홈런공장 공장장' 승진도 시간 문제다.
미국프로야구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 팀인 엘파소 치와와스에서도 맹타를 휘둘러 빅리그 입성의 보증 수표인 '이달의 마이너리거'로 뽑혔지만, 로맥이 한국에 온 이유는 날마다 경기에 출전하고 싶어서였다.
빅리그에 오르더라도 매일 출전하지 못할 바에야 마이너리그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한 KBO리그에서 매 경기 출전하는 선수가 낫겠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지난해 일본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에서 30경기에 출전해 타율 0.113을 남겼다. 신통치 않은 성적에 2군을 맴돈 기억을 잊지 않는다.
로맥은 "한국과 완전히 똑같진 않지만, 비슷한 점이 있는 일본에서 지난해 뛴 게 도움이 됐다"며 아시아 야구 2년 차 경험이 현재 상승세의 원동력임을 부인하지 않았다.
4일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6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호투하고도 승리를 얻지 못한 브리검은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50을 올렸다.
3경기에서 2패, 평균자책점 15.75라는 처참한 성적을 남기고 떠난 오설리반과 비교하면 난세에 등장한 '귀인'임에 틀림없다.
건장한 체구에서 뿜어나오는 빠른 볼과 팔색조 변화구가 일품이라는 평가를 받는 브리검 역시 지난해 일본 라쿠텐 골든 이글스에서 11경기(4경기 선발)에 등판해 3패, 평균자책점 5.24를 남겼다.
보잘것없는 성적이나 아시아 야구를 경험했다는 자체가 중요하다.
브리검은 지난달 17일 넥센 유니폼을 입자마자 "올해 한국이나 일본에서 뛰고 싶었는데 좋은 기회를 잡았다"면서 일본 생활을 해 봐 한국 적응에 큰 문제가 없다고 자랑했다.
KBO리그 각 구단은 아시아 야구에 선입견이 없고, 미국에서 바로 넘어오는 메이저리거 또는 마이너리거보다 시차·환경·팀 적응의 시행착오를 훨씬 줄일 수 있어서 일본 출신 외국인 선수를 선호한다.
일본프로야구의 전반적인 수준이 아직은 KBO리그보다 높기에 하찮은 성적을 남긴 선수더라도 적응력만 키운다면 한국에서 기량을 꽃피울 수 있다는 기대심리도 있다.
대만프로야구 출신인 롯데 애디튼 역시 아시아에서 뛴 덕분에 적응에 큰 어려움을 겪진 않았다.
다만, 프로리그의 수준이 대만보다 위인 KBO리그에선 고전하는 중이다. 올해 9경기에서 2승 6패, 평균자책점 6.55로 좋지 않다.
cany990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