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사칭해 보이스피싱범을 '피싱'…"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입력 2017-06-05 12:00  

경찰사칭해 보이스피싱범을 '피싱'…"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점조직 특성 역이용…조직 돈 빼돌리던 인출책들도 덜미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경찰을 사칭한 전직 보이스피싱범, 그에 속아 돈을 뜯긴 보이스피싱 조직원, 보이스피싱 조직 내에서 돈을 빼돌린 인출책 등이 모두 덜미를 잡혔다.

5일 경찰에 따르면 올해 초 가담한 보이스피싱 범죄로 집행유예 유죄를 선고받았던 권모(27)씨는 지난달 초 또 한 번 보이스피싱으로 돈을 벌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다만 이번엔 돈이나 통장을 배달한 대가로 받는 '푼돈' 대신 범죄 수익금을 직접 챙기겠다는 대담한 계획을 세우고 동료 2명을 구했다.

이들은 애초 보이스피싱 조직에 인출책으로 취직해 자신들이 뽑은 돈을 직접 들고 달아나려했다. 하지만 여의치 않자 통장과 카드를 약속된 장소로 배달하는 배송책으로 '위장 취업'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달 15일 첫 근무에 나선 이들은 곧장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조직의 인출책인 권모(23)씨가 서울 강서구 송정역 근처에 자신들이 배달해 둔 통장과 카드를 가져가는 것을 보고 곧장 쫓아가 "경찰서 지능팀 수사관"이라고 소개했다.

이들은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고 피의자의 권리를 알려주면서 "현행범으로 잡혀가겠느냐 돈을 내놓겠느냐"며 "우리는 인출책에 관심 없고 총책을 검거하려고 하니 협조하면 풀어주겠다"고 거짓말해 권씨가 뽑은 400만원을 챙겼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보이스피싱 조직이 조직 안에서도 서로 신원을 숨기는 점조직 형태로 운영된다는 점을 활용했다"며 "경찰인 척해도 상대가 자신들을 알아볼 리 없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배송책 권씨는 올해 초 수사를 받을 때 경찰서 지능팀이 보이스피싱을 담당한다는 것을 알았고 경찰의 접근 방식 등을 잘 익힌 상태였다.

보이스피싱을 처음해본 인출책 권씨는 경찰 조사에서 "권씨 일당이 내가 가지고 있던 통장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길래 당연히 경찰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 통장은 권씨 일당이 배달해둔 것이었다.

경찰을 사칭해 돈을 챙긴 배송책 권씨는 사흘 뒤인 지난달 18일 또 통장 배송에 나섰다가 잠복 중이던 진짜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은 이때 권씨가 배달한 통장을 가져간 김모(20)씨 등 인출책 3명을 같은 날 체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권씨는 이때도 인출책들을 상대로 경찰 사칭 범행을 시도하려 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인출책들은 권씨보다 스케일이 컸다. 경찰 조사에서 김씨 등 3명은 지난달 12, 15, 17일 등 세 차례에 걸쳐 자신들이 인출한 돈 총 1천900만원을 조직에 넘기지 않고 직접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배송책 권씨가 스마트폰으로 공범들과 나눈 대화를 분석해 '경찰 사칭 갈취'가 있었던 것을 알아내고 공범은 물론 인출책 권씨도 붙잡았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에 능통한 보이스피싱 프로들이 각자 이익을 위해 움직인 결과 같은 조직 안에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모두 나왔고 조직도 총 2천300만원을 잃었다"며 "하지만 결국 모두가 범죄자"라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공갈 혐의로 배송책 권씨 일당 3명을 구속했다. '피해자' 권씨는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조직의 돈을 들고 달아났던 인출책 김씨 일당 3명도 구속됐다.




j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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