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안보실장, 연합사령관과 함께 접견…사드 '기술적 의견 교환'
文대통령 '효용성' 언급 대응일 듯…정상회담 정지작업 성격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김승욱 기자 =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포함한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에 대한 군사 실무 책임자가 5일 청와대를 방문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면담할 예정이어서 그 내용이 주목된다.
정 실장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제임스 실링 미 국방부 미사일방어청장 및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을 접견한다.
청와대는 '예방 차원'이라고 밝혔지만,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사드에 대한 한미 간 이견 조율을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사드 논란이 한창인 와중인 데다 미국의 미사일방어 군사 책임자의 청와대 방문 자체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정 실장이 한미정상회담 일정과 의제 논의를 위해 미국을 다녀온 직후라는 점에서 그 후속 성격도 짙어 보인다.
정 실장은 지난 1일(현지시간) 카운터파트인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에게 최근 문제가 된 사드 발사대 반입 보고 누락 사태에 대한 진상조사 지시 경위를 설명했고, 맥매스터 보좌관은 설명에 대한 사의를 표한 바 있다.
다시 말해 국방부가 새 정부에 사드 추가 반입 사실을 숨겨 이를 조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사드 한국 배치에 앞서 투명한 절차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뜻을 미 측에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딕 더빈 미 민주당 상원의원을 면담하면서 진상조사 지시는 "전적으로 국내적 조치이며 기존 결정을 바꾸거나 미국에 다른 메시지를 전하려는 게 아니다"라며 환경영향평가와 국회논의를 선제조건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한미가 이번 논란과 관련해 '정의용-맥매스터 라인'을 통해 '정무적 차원'의 의견을 주고받았다면, 이날 실링 청장의 청와대 방문은 사드와 관련한 '기술적 차원'의 의견 교환 목적일 가능성이 다분해 보인다.
문 대통령이 사드 배치 결정 요인으로 절차적 투명성을 내세운 한편으로 사드의 '효용성'을 문제 삼고 있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더빈 의원과 만남에서 "어느 날 갑자기 사드가 배치되는 걸 보면서 한국 국민은 과연 사드가 북한 미사일에 효용성이 있는지, 효용성 있다면 비용분담은 어떻게 되는 건지, 사드에 반대하는 중국과 러시아와의 외교 문제는 어떻게 풀지에 대해 정부로부터 설명을 듣기를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사드 효용성을 문제 삼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선 전인 작년 10월 9일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사드가) 북핵·미사일에 대한 방어능력을 높인다는 안도감을 줄 수 있고 또한 한미동맹에 의한 확고한 힘의 우위를 과시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가장 중요한 수도권과 중부지역이 방어대상에서 제외되며, 효용성에 대한 논쟁이 국내와 미국에서 진행 중"이라고 썼다.
사드가 북한의 미사일과 핵에 대응할 군사적 가치가 없지는 않지만 한반도 전체를 커버하지는 못하는 '반쪽짜리' 무기 시스템이라는 인식이었다.
이는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시각과도 거의 일치한다.
민주당은 대선 이전부터 한반도에서의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이 제한적이라고 주장해왔고, 미니인수위인 국정기획위원회도 지난달 30일 국방부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군사적 효용성 문제를 따져 물은 바 있다.
따라서 실링 청장은 정 실장을 비롯해 군사전문가들이 포진한 청와대 안보실 관계자들에게 사드의 기술적인 측면을 설명하면서 사드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방어하는 일차적인 무기체계로서 효용성이 있다는 면을 강조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실링 청장은 지난달 말 성공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요격실험을 거론하며 사드 체계의 효용성을 집중적으로 부각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미국의 정지작업의 일환이라는 시선이다.
honeyb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