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도 용서도 사치"…고교에 '작은 소녀상' 설치

입력 2017-06-05 16:08  

"망각도 용서도 사치"…고교에 '작은 소녀상' 설치

창원명곡고 학생·교직원 모금…전국 고교 100곳 설치운동 일환

(창원=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철수세미로 문지르고 닦아도 결코 지우지 못할 상흔…반인륜의 죄악 잊지 않기 위해 소녀상 앞에 무릎 관절 꺾고 눈물 쏟는다'

최근 경남지역 한 고교에서 '작은 소녀상'을 설치하면서 국어 교사가 글로 남긴 처절하고 비통한 심경 한 대목이다.




창원명곡고등학교는 지난달 29일 중앙현관 입구에 도내 학교 중 처음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기리는 '작은 소녀상'을 설치했다.

이 소녀상 규모는 좌우 30㎝, 높이 40㎝이다. 어른 품에 넉넉히 안길 정도 크기다.

소녀상 형태는 서울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을 본떴다.

학생과 교직원들은 망각 대신 '기억'을 다짐하며 작은 소녀상을 설치했다.

소녀상 설치를 기념해 동판으로 제작할 문구를 김홍석 국어 선생님이 직접 작성했다.

'망각(妄覺)도 용서(容恕)도 사치(奢侈)다, 한(恨)의 피 돌림을 느낀다면, 철 수세미로 문지르고 닦아도 결코 지우지 못할 깊은 상흔(傷痕), 반인륜의 죄악(罪惡) 잊지 않기 위해, 이 소녀상 앞에 무릎 관절 꺾고 눈물 쏟는다'

소녀상 설치를 추진한 명곡고 3학년 학생회장 송혜민(19)양은 올 3월 전국 고교 학생회장들이 참여하는 리더십 연수에서 '작은 소녀상 세우기 운동'을 처음 접했다.

전국 고등학교 100곳에 작은 소녀상 100개를 세우는 게 목표인 이 운동은 서울 이화여자고등학교에서 시작됐다.

당시 이 운동을 접한 송 양은 자신의 학교에도 소녀상을 설치하고 경남에도 이 소식을 퍼뜨리겠다고 결심했다.

우선 그는 장문의 편지 형식으로 교장 선생님에게 건립계획서를 제출해 허락을 받아냈다.




이후 전교생 710여명과 교직원을 상대로 110만원을 모금, 60만원으로 소녀상을 설치하고 남은 50만원은 위안부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정의기억재단에 기부했다.

이 과정에서 '꼭 우리 돈으로 설치할 문제냐', '중립을 지켜야 할 학교가 한 쪽에 편향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일부 반대 목소리도 있었다.

송 양은 이 운동의 취지를 하나하나 설명하며 어렵게 이들을 설득했다.

그는 "일본의 역사 왜곡을 바로잡는 것도 우리의 책임이라는 생각에 소녀상 설치 운동 참여를 결심했다"며 "우리 학교를 시작으로 더 많은 경남 학교에 소녀상 설치 운동이 퍼져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학생회 부회장 박민정(19)양은 "다른 학교에서는 반대가 많이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우리 학교에선 흔쾌히 허락을 받아내 감사한 마음"이라며 "소녀상 설치로 과거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기억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기념 문구를 작성한 김홍석 교사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는 사람이 있는데 평소 '용서도, 망각도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왔다"며 "때마침 학생들이 소녀상 설치를 해 이번 기회에 이 문제에 대한 내 생각을 남기고 싶어 문구를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경남지역에선 양산 효암고와 창원용호고, 창원중앙고가 소녀상 설치를 위한 모금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home122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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