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성공엔 딸을 두고 여성을 고용하는 게 유리"

입력 2017-06-05 16:38  

"사업 성공엔 딸을 두고 여성을 고용하는 게 유리"

美하버드대 경영학교수 벤처 캐피탈 연구 논문 "성 다양성이 경제 이득 가져온다"

"진정한 성 편견 줄이는 게 중요…남녀 성 강제할당제 효과는 미지수"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여성 관련 언행을 보면 여성을 지배 대상으로 생각하고 하대하는 '마초주의자'나 '남성 우월주의자' 모습이 강하다. 하지만 독립적인 사업가로 활동하는 맏딸 이방카를 자랑스러워 하면서 행사에 늘 대동하고 딸의 여성정책 요청을 들어주는 것은 영락없는 '딸 바보'다.




그러나 트럼프의 '딸 바보' 성향은 딸 덕분에 남녀 성 평등 문제에 눈을 떴다기보다는, 딸을 자신의 분신으로 보기 때문일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7월 '남자들이 (전통적인 가치관에 따른 여성 역할에 충실한) 멜라니아 같은 여자들과 결혼하고 이방카 같은 딸을 두기를 원하는 이유'라는 기사에서 지적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미국에선 그동안 의원이건 판사이건 기업 임원이건 정책과 판결, 회사 운영 등에서 딸을 가진 아버지들이 아들만 둔 아버지보다 더 성 평등주의적이고 여성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하는 '딸 바보' 경향을 보인다는 연구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생물 다양성은 진화생물학적으로 생물체가 특정한 전염병이나 기후변화 등으로 인한 절멸을 피하고 살아남는 데 단일성보다 더 유리하다는 점은 확립된 학설이다. 정부, 사회, 기업 등 조직 내부의 다양성이 단일성에 비해 정치적으로 옳은 가치라는 주장 역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생물학적, 정치적으로 올바른 가치도 경제적 가치가 최우선시되는 세상에선 경제적 이득이 입증돼야 보편적으로 확산할 때 예상되는 반동을 극복하는 데 유리하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연구자들이 비영리 민간 경제연구기관인 '전국경제조사소(NBER)'를 통해 최근 발표한 '성 다양성과 벤처 캐피탈 성과'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벤처 캐피탈 분야를 대상으로 연구 분석한 결과는 남녀 성 다양성의 경제적 이득을 실증한 드문 연구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뉴욕타임스는 5일 자 신문에서 이 논문을 소개하면서 "편견을 줄이고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뤄진 팀을 구성하는 것이 더 나은 성과와 직결된다는 증거를 현실 세계에서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나온 중요한 연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폴 곰퍼스 하버드 경영대 교수 등 연구자들은 벤처 캐피탈 회사 설립자들이 딸을 많이 둘수록 여성 투자 파트너를 고용하는 확률이 크게 높아지는 "강력한 증거"를 발견했고, 그렇게 이뤄진 벤처 캐피탈 회사 내 성 다양성이 회사의 투자 성과를 높이는 인과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다양성이 현대 시민사회와 직장의 중요한 주춧돌이라고 찬양되지만, 우리가 아는 한, 실제 기업 활동에서 다양성이 경제적 이득을 가져오는 인과 관계를 보여주는 엄밀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면서 그런데 자신들의 연구는 성 다양성의 효과를 실제 기업 활동에서 확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연구 결과가 성 강제할당제를 통해서도 똑같은 긍정적인 효과가 있으리라는 것까지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고 연구자들은 단서를 달았다. 우연히 딸을 많이 둔 벤처 캐피털 설립자들처럼 자연스럽게 성 편견이 줄어든 경우에 대해서만 연구한 결과라는 것이다.

"진정한 편견 불식을 통해 다양성이 커지면 기업에 경제적 이익이 될 것"이라고 연구자들은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미국 의회 의원들의 정책 투표 행태와 2015년 판사들의 판결 성향에 대한 연구 결과들도 이번 벤처 캐피탈에 대한 연구 결과와 같은 맥락이다.

벤처 캐피탈 회사 내 성 다양성이 커졌을 때, 즉 여성 파트너 비율이 증가했을 때 기업 성과가 커진 이유에 대해, 연구자들은 잠재적 여성 투자자들이 거의 활용되지 못하고 잠자고 있는 상황에서 파트너로 고용되는 여성은 특히 남성에 비해서도 자질이 뛰어나기 때문에 좋은 성과를 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또는 여성 파트너들의 채용으로 투자 결정자들의 각종 배경이 다양해짐으로써 그 배경과 관련된 투자 실수가 줄어든 덕분일 수도 있다고 연구자들은 추정했다.

벤처 투자 업계는 같은 인종, 같은 학력, 같은 이력의 남성들이 장악하고 있기로 유명하다. 이로 인해 단일 관점을 갖기 쉬운데, 성 다양성을 통해 다양한 관점으로 볼 수 있게 됨으로써 집단 사고를 줄여 값비싼 투자 실책을 저지르는 것을 피할 수 있었으리라는 것이다.

세 번째로 벤처 투자 결정자들의 배경이 다양해짐에 따라 더욱 광범위한 종류의 투자 상담이 가능해져 평균적으로 투자 상담의 질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었을 수도 있다고 연구자들은 추정하고, 다양성이 경제적 이득을 가져오는 구체적인 경로와 이유에 대해선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yd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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