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공시 찬성 입장 방통위에 전달…유통망 반발 불가피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채새롬 기자 = LG전자[066570]가 휴대전화 지원금뿐 아니라 판매 장려금(리베이트)까지 분리 공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달 임시국회에서 본격화될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개정 논의에 미칠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분리공시가 도입되면 소비자들의 휴대전화 출고가 인하 압박이 거세질 전망이다.
LG전자 관계자는 5일 "휴대전화 지원금과 유통 장려금에 대해서 이통사 재원과 제조사 재원을 분리해 공시하자는 방안을 지난달 말 방송통신위원회에 전달했다"며 "시장 안정화를 위해 전면적인 분리공시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분리공시제는 휴대전화 구매 고객에게 지급되는 제조업체의 지원금과 이통사의 지원금을 별개로 공시하는 제도다.
현재는 제조사의 지원금을 이통사의 단말 지원금에 포함해 공시하고 있다. 전체 단말 지원금에서 제조사가 부담하는 비중은 절반 정도로 알려졌다.
분리공시제는 2014년 단통법 시행령에 포함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쳤지만, 제조사의 반발로 막판 규제개혁위원회에서 부결됐다.
제조사는 그동안 "지원금은 마케팅 비용의 일부로, 관련 정보 공개가 글로벌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LG전자가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분리공시 도입 논의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LG전자는 단말 지원금뿐 아니라 휴대전화 제조사가 이동통신 유통망에 제공하는 판매 장려금도 공개하자는 입장이다. 최명길 국민의당 의원이 작년 11월 국회에 제출한 단통법 개정안과 궤를 같이한다.
현재 이통사와 제조사는 유통망에 휴대전화를 판매하는 대가로 일정액의 장려금을 지급한다. 이 역시 절반씩 부담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판매 장려금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아 불법 보조금의 재원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장려금이 올라갈 경우 지원금이 법적 상한선(33만원)을 넘어가면서 소위 말하는 '보조금 대란'을 야기했다.
이 때문에 단말 지원금만 분리 공시하게 되면 제조사가 출고가 인하 압박을 피해 지원금을 낮추는 대신 장려금을 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LG전자는 장려금까지 공개해 '풍선 효과'를 막자는 입장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입법 과정에서 지속적인 논의와 조율이 필요하겠지만, 분리공시 도입 목적이 시장 안정화에 있는 만큼 단말 지원금뿐 아니라 판매 장려금까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도입 반대 입장을 보였던 삼성전자[005930]는 "따로 전할 입장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고가 단말기 가격의 거품을 빼겠다"며 분리공시 도입을 약속했다. 이미 국회에는 분리공시 도입을 골자로 한 단통법 개정안들이 제출돼 있다.
업계에서는 분리공시가 도입되면 출고가 인하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출고가에 단말 지원금이 얼마나 반영되는지 알 수 있는 만큼 과도한 지원금을 주는 대신 출고가를 인하하라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커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여기에 판매 장려금까지 공개되면 유통점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영업 전략의 노출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장려금이 공개되면 이동통신시장에서 유통점의 입지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며 "시장 상황에 따라 장려금을 달리하며 고객 유치에 활용해왔는데 장려금이 공개되면 이러한 마케팅 전략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장려금까지 공개하면 사실상 마케팅 비용을 공개하는 셈이라 제조사로서도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며 "삼성전자와 애플이 국내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LG전자가 위험을 감수하고 판을 흔들고자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제조사와 이통사 등 업계의 입장을 수렴해 국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국회는 이달 임시 국회에서 분리공시제 도입과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조기 폐지를 포함한 단통법 개정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okk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