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처, 가뭄 대책비 124억원 추가 지원…정부, 후속대책 마련
소방·방역차·레미콘차 동원해 논·밭에 물 공급…수확 포기 불안감 확산
(전국종합=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극심한 가뭄이 해소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충남·경기·전남 지역을 중심으로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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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3일 현재 경기·충남·전남의 논물 마름, 밭작물 시듦 등 가뭄 피해 발생 면적이 5천450ha로 집계됐다.
여의도 면적(290㏊)의 18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 가운데 55.5%인 3천ha에 대해서는 관정 등 긴급 용수원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피해 면적은 계속 확대되는 양상이다.
현재 기상 상황을 보면 전국 평균 누적 강수량이 166.5㎜로 평년(313.4㎜)의 절반 수준을 겨우 넘기는 수준인 데다 8월까지 강수량이 평년보다 비슷하거나 적을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피해 면적은 이보다 더 늘어날 전망이다.
◇ 물 없어 모내기 못해…염분 피해 확산
가뭄으로 인한 가장 큰 피해는 본격적인 모내기 철을 맞은 벼농사 분야다.
전국 농업용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54%로 평년(68%)의 79%에 불과하다.
저수율이 평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심각' 단계인 지역도 평택·안성·화서·서산·홍성·예산·광양 등 7곳으로 늘었다.
저수율은 평년의 70∼61% 수준이면 '주의', 60∼51% 수준이면 '경계', 평년의 50% 이하인 경우 '심각' 단계로 분류한다.
모내기 진척률은 전국 평균 75.3%로 정상이지만, 비가 계속 오지 않으면 모내기가 정상적으로 끝나더라도 싹이 뿌리를 내리지 못해 생육 차질이 불가피하다.
특히 바다를 메워 농지를 만든 간척지의 피해가 크다.
가뭄이 이어지면서 주변 담수호의 염분 농도가 이앙 한계를 초과했기 때문에 모내기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모내기를 한 간척지에서는 물 마름 현상이 나타났고, 일부 논에서는 심은 지 며칠 되지 않은 모가 말라 죽기 시작했다.
◇ 말라가는 밭작물…노지 채솟값 오름세
오랫동안 물을 공급받지 못한 밭작물도 속수무책으로 타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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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 같으면 농촌에서는 고추, 콩, 들깨, 고구마 등을 한창 파종할 시기지만 아직 파종하지 못한 밭작물 피해 면적은 경기지역에서만 127㏊에 이른다.
수확기를 앞둔 마늘과 양파, 감자 그리고 파종 시기인 고구마, 옥수수, 들깨 등의 피해가 심각하다.
농민들은 가뭄으로 밭이 바싹 마르면서 콩이나 들깨 등을 심을 엄두도 못 내고 있다.
감자 농사로 유명한 충북 옥천군 청성면은 푸석푸석 말라붙은 땅에서 감자 줄기가 누렇게 말라죽었고, 한창 살이 붙어야 할 감자도 메추리 알만한 크기에서 성장을 멈췄다.
조만간 비가 오지 않으면 미파종 면적과 시듦 피해 면적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가뭄으로 작황이 나빠지면서 노지에서 재배하는 농작물 가격이 들썩거린다.
양배추, 시금치, 갓 등 노지에서 재배되는 채소 가격이 오름세를 보인다.
◇ 기우제 올리고 레미콘 차량까지 동원
가뭄으로 농작물 피해가 속출하면서 비가 오기를 기원하는 기우제(祈雨祭)를 지내는 곳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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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성과 충남 홍성 등에서는 최근 가뭄 극복을 기원하는 지역 주민의 염원을 담아 기우제가 진행됐다.
주민들은 정성껏 차려진 과일 등을 제단에 올려놓고 타들어 가는 마음을 하늘에 전했다.
하늘만 바라볼 수 없는 주민들은 소방차와 살수차는 물론 레미콘 차량까지 동원해 갈라진 논에 물을 대고 있다.
충남 청양과 서산에서는 물이 없어 모내기를 하지 못하는 지역에 레미콘 차량이 긴급 투입돼 물을 공급하고 있다.
물을 담을 수 있는 차량은 모두 동원해 피해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충남 태안의 한 생수 업체는 지하 250m 깊이 관정을 파고 파이프를 박은 뒤 지하수를 끌어올려 메마른 논·밭으로 흘려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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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용수도 비상…최악에는 제한급수
생활·공업용수를 공급하는 전국 다목적댐(20개)의 저수율은 예년과 거의 비슷한(104%) 수준이나, 가뭄이 심한 충남 일부에서는 생활·공업용수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보령댐의 경우 저수율이 준공 이후 처음으로 한 자릿수로 떨어져 9.9%를 기록하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지난 1일부터 보령댐의 공급량 일부를 인근 댐에서 대체 공급하도록 급수체계를 조정했다.
하루 2만1천t이 필요한 당진시에 보령댐 대신 대청댐에서 물을 공급하고, 서천군으로 공급되는 하루 1만t 규모의 물도 보령댐이 아닌 용담댐에서 수급하는 방식이다.
상수도가 공급되지 않는 산간지역을 중심으로 물 부족에 시달리는 마을도 늘고 있다.
충남 태안 상수도 미공급지역에서는 10여일 전부터 식수원인 지하수 물줄기가 말라버리거나 양이 크게 줄어 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섬으로만 이뤄진 경기 옹진군에서는 현재 대·소연평도, 대·소이작도, 승봉도, 장봉도, 소청도 등 14개 섬이 올해 4월부터 제한급수를 받고 있다.
◇ 정부·지자체 물 확보 '비상'
가뭄 피해가 갈수록 확산하자 이미 70억원 규모의 특별교부세를 배정한 국민안전처는 이날 인천·세종·경기 등 10개 시·도에 재난안전 특별교부세 124억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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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지방자치단체는 배정된 가뭄대책비를 활용해 관정 개발, 간이양수장 및 송수호스 설치 등 긴급 용수원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와 별개로 농식품부도 경기·강원·충북·충남·전남 5개 도에 가뭄대책비(116억원), 저수지준설 사업비(50억원) 등 모두 166억원을 지원한 상태다.
정부는 이날 오후 4시 안전처 재난관리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추진 실태 및 대책점검 회의를 여는 데 이어 농식품부 장관 주재로 시·도 부단체장 영상회의를 열어 가뭄 상황을 점검하고 후속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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