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인상 없는 성장…성장률 2.8%시 실질임금 2.5% 인상에 그쳐

입력 2017-06-07 06:21   수정 2017-06-07 09:29

임금인상 없는 성장…성장률 2.8%시 실질임금 2.5% 인상에 그쳐

최근 5년 평균…2000년대 실질임금 증가율, 성장률보다 1.66%p 낮아

"열악한 환경 근로자 늘고, 기업이 과실 더 많이 누리기 때문"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최근 5년간 실질임금 증가율이 경제 성장 속도에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늘고, 기업이 경제 성장의 과실을 더 많이 누리고 있는 탓으로 보인다.

7일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 근로자의 월평균 실질임금은 339만2천원으로 1년 전보다 2.8% 늘었다.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8%라는 점을 고려하면 경제가 성장한 만큼 근로자들의 몫도 커졌다는 의미다.

실질임금은 실제 받는 임금에 물가 수준을 반영한 것으로, 근로자들의 구매력과 연관 깊다.

손에 쥐는 임금은 그대로이더라도 물가 상승률이 확대되면 실질임금은 줄어든다.

물가 상승률이 유지되더라도 명목 임금 자체가 줄면 실질임금도 쪼그라든다.

그러나 지난해는 이례적인 경우였다.

시간을 좀 더 길게 보면 근로자들이 받는 임금은 경제 성장 속도만큼 늘지 못한 때가 더 많았다.

최근 5년간 연도별 실질임금 상승률을 보면 2012년 3.1%, 2013년 2.5%, 2014년 1.2%, 2015년 2.7%였다.

같은 기간 경제 성장률은 2012년 2.3%, 2013년 2.9%, 2014년 3.3%, 2015년 2.8%이었다.

실질임금 상승률이 경제 성장률보다 높은 것은 2012년이 마지막이었다.

2013년에는 실질임금 상승률이 경제 성장률보다 0.4%포인트, 2014년에는 2.1%포인트, 2015년 0.1%포인트 낮았다.

5년 평균으로 보면 GDP가 2.82% 늘어날 때 실질임금은 2.46%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00년대로 확장해서 봐도 실질임금 증가율이 경제 성장률보다 높은 해는 2002년, 2003년, 2012년뿐이다.

이들 3개년과 함께 실질임금 증가율과 경제 성장률이 같은 지난해를 제외하고 다른 해에는 모두 실질임금 증가율이 경제 성장률을 밑돌았다.

2000∼2016년 연평균 GDP 성장률은 4.18%였지만 실질임금 증가율은 2.52%에 그쳤다.

임금 인상 없는 성장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강화됐다는 평가가 많다.

IMF 외환위기 탈출을 위해 고용 시장 유연화라는 명목으로 대량 실업 사태가 빚어졌고 이후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하해주는 등 대기업 규제를 풀어 경제 살리기에 나섰지만 낙수효과(고소득층·대기업의 소득 증대가 저소득층·중소기업에도 이어져 전체 경제가 활성화하는 효과)가 제대로 작용하지 않은 셈이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론을 주장하고 나선 점도 이 같은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일각에서는 2000년대 후반부터 전 세계적으로 양극화가 심화했지만 한국에서 그 속도가 더욱 빠르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근로자들이 가져갈 몫을 기업이 가져갔기 때문"이라며 "특히 최근 들어 비정규직이 더욱 확산하며 실질임금 증가율이 더욱 더디다"고 설명했다.

porqu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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